"교수가 성상납 요구" 부산 미술계도 '미투 태풍'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미술계에도 '미투(#Me Too) 태풍'이 거세게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원로 작가를 가해자로 적시한 폭로가 나온 데 이어 또 다른 주요 인사도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견 여성 작가 SNS서   
미술계 성폭력 행태 공개
"나랑 일 안 할 거냐" 협박  

대학원생 가슴 만진 교수 등  
또 다른 성폭력 사례 공개도

중견 여성 작가인 A 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사진)과 본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지역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벌인 성폭력 행태를 공개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부산 한 대학 L 교수로부터 '성 상납' 요구를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A 씨가 말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A 씨는 1996년 3D 디자인 관련 일로 L 교수를 알게 됐고, 어느 날 동료 교수 전시 오픈식에서 술에 취한 L 교수를 집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L 교수는 A 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광안리를 지나다가 갑자기 내려 호텔로 들어갔다. A 씨는 L 교수가 술에 취해 주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 "교수님 여기는 호텔인 거 같은데요. 내려가시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L 교수는 잠시 멈춰 고개만 돌려서는 "왜? 내 밑에서 일 안 할 거야? 싫으면 말고"하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A 씨는 곧장 호텔을 뛰쳐나왔다가 다시 L 교수에게 달려가 "뭐 이런 걸레 같은 XX가 있어? 똑바로 살아 이 XX야"라고 일갈했다. A 씨는 8년 후 우연히 만난 L 교수가 "이제 (8년 전 일을) 이해할 나이가 됐지"라고 말해 모멸감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고도 밝혔다. A 씨는 L 교수에 대해 "부산의 굵직굵직한 자리를 맡아서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각종 비리로 입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또 다른 성폭력 사례도 공개했다. 몇 년 전 지인인 한 여성 작가가 모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후 B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다른 여학생도 남녀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B 교수가 가슴을 만져서 도망을 갔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따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A 씨는 "당시 피해자가 여럿 있으니 집단으로 소송을 하면 더 유리할 것이라고 권유했다"며 "그러나 당사자들은 소문을 두려워했고 고소를 하게 될 경우 B 교수의 수업에 지장이 생겨 다른 교수들이 곱지 않게 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당시 사건을 다시 알아보니 한 학생이 B 교수를 상대로 고소를 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B 교수는 지금도 해당 대학에 재직 중이며 지역 미술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 교수는 "황당하다"며 A 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L 교수는 "이번 일이 벌어진 후 A 씨가 누구인지 알아봤더니 과거 전시에서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이 났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A 씨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 당사자인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을, 더구나 22년 전의 일을 끄집어 내서 성폭력 가해자로 몰아가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A 씨가 올린 글에 내가 자신을 호텔로 끌고 가기 위해 어떠한 물리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술에 취해 혼자 호텔로 들어갔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그런 기억이 전혀 없지만, A 씨의 글에 나오는 상황을 봐도 내가 왜 '미투'의 대상이 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본보는 B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