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벼락에 싸여 16개월째 옴짝달싹 못 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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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명륜동 인산죽염 부산점 옆 골목길에 김대근 씨의 자동차가 담벼락에 둘러싸여 1년 4개월째 고립돼 있다. 김대근 씨 제공

부산 동래구 명륜동의 한 상가 건물 옆 골목. 건물 앞 골목길에 주차된 차를 둘러싸고 담벼락이 쌓여 있다. 이렇게 차가 고립된 지 1년 4개월째. 건물주와 인근 토지 주인 간의 갈등으로 차가 1년 넘게 고립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각각 서로가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8월 백 모 씨는 사촌에게서 땅 80평을 사서 기존에 3필지였던 땅을 1필지로 합병 신청했다. 관할 구청인 동래구청은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동래구, 서류만 보고 땅 합병 승인
관습도로 포함돼 '통행료' 갈등
땅 주인, 담 쌓아 통행 원천 차단
구 중재에도 이견 '현재 진행형'


그러나 이 땅에 현황도로가 포함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현황도로란 지적도상에 도로로 표기되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는 관습상의 도로를 뜻한다.

인근 인산죽염 건물이 이곳을 20년간 현황도로로 사용했던 것. 인산죽염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이 도로를 쓸 수밖에 없다.

인산죽염 부산지사 김 모 전무는 "백 씨가 한 달에 토지 사용료로 100만 원을 달라고 주장했으며 이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이러던 중 백 씨가 2016년 11월 예고 없이 자동차를 빙 둘러싸는 담벼락을 만들어 1년 4개월간 자동차를 전혀 타지 못하고 자동차세와 보험료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씨는 오히려 김 전무의 직장상사인 건물주 김 모 씨가 백 씨에게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백 씨는 "담벼락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김 씨가 담벼락 공사장에 김 전무 차를 가져다 놓은 것"이라면서 "김 씨가 내가 전광우 동래구청장이랑 어렸을 때부터 형님 동생하면서 얼마나 친하게 지냈는지 아느냐"며 백 씨를 겁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이웃끼리 잘 풀어야 할 문제이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행정처분에 도의적 책임을 느껴 네 차례나 당사자를 모셔 건축과장 중재로 회의를 열었지만, 번번이 금액 조정에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을 나가보지 않은 탁상행정과 민간인들의 갈등을 팔짱 끼고 지켜보는 무사안일 행정이 일을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관습적으로 도로로 쓰이는 곳을 합병해준 토지정보과의 탁상행정이 문제의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조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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