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두통·어지럼증과 뇌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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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신경외과 외래를 찾는 많은 사람이 호소하고 불편해하는 증상이 두통과 어지럼증이다. 요새는 삶 자체가 팍팍해서 그런지 몰라도 20~30대 젊은 층도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많이 찾는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대부분은 왜 그런 증상이 발생하는지 의사가 속 시원하게 알려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뇌혈관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뇌혈관 컴퓨터 단층 촬영이나 자기 공명 촬영을 시행한 후에 "사진상 큰 이상이 없으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환자에게 진료가 끝났음을 알게 모르게 암시하며 외래 진료를 끝낸다. 환자들은 속 시원한 원인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괜찮다는 의사 말에 더는 대꾸하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선다.

왜 환자가 원하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 의사가 속 시원하게 말을 할 수 없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원만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

두통과 어지럼증 자체는 뇌 또는 뇌혈관 이상으로 기인한 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5% 내외라 여겨진다.

즉, 뇌 또는 뇌혈관 사진을 찍었을 때 이상 있는 경우가 100명 중 5명 내외라는 말이다.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대다수는 뇌 사진을 찍어도 구조적으로 이상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의사들의 '괜찮다'는 말은 '뇌 또는 뇌혈관에 구조적 이상이 없다'는 말의 줄임말이라 생각하면 된다. 또 다른 말로 하면 의사들이 사진을 찍어 두통이나 어지럼증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는 이유가 뭘까. 의학적으로는 뇌 또는 뇌혈관의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하는 증상의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구조적 이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진을 찍는다.

뇌 또는 뇌혈관의 구조적 이상이 있는 두통의 경우는 뇌압 상승으로 아침 또는 저녁에 심해지는 두통과 동반한 오심, 구토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두통이 있는 경우, 가슴이 뛰는 듯한 박동성 두통이 있는 경우 등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경우에는 빨리 뇌 자체를 검사하는 게 좋다. 결론은 모든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뇌졸중의 전조 증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약 5% 정도에서만 뇌혈관과 뇌의 구조적 이상이 나타난다. 


진성철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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