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일 딸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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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최초 원산지는 아메리카지만 지금의 딸기는 18세기 유럽에서 원예종으로 개량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본격적인 재배는 1960년대 경기도 수원 근교에서부터 이뤄졌다. 과거엔 봄철에만 만날 수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비닐하우스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됐다.

때아닌 딸기 논쟁이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가 "하프 타임 간식 시간에 먹었던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고 칭찬한 것이 발단이다. '영미야'로 스타가 된 우리 대표팀 '팀킴' 못지않게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이기에 파장이 컸다. 사이토 겐 일본 농림수산상은 기자회견까지 하며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먹은 한국산 딸기는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실 딸기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전쟁'은 이미 오랜 기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먹었던 딸기는 대부분 '아키히메'나 '레드펄'이라는 이름의 일본 품종이었다. 우리나라가 국산 딸기 품종 개발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초부터로, 일본이 딸기 품종 사용 로열티로 연간 수십억 원을 요구하는 텃세를 부린 데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최초의 독자 품종으로 수출 전용인 '매향', 현재 국내 딸기 유통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설향' 등이다.

이후 한국산 딸기가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에서도 고급 딸기로 각광을 받으며 일본의 경쟁 상대가 되자 일본 측에서 '한국이 딸기 새 품종을 만들 능력이 되느냐'며 의심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까지 한 결과 지금은 우리 독자 품종임이 입증된 상태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딸기 가운데 끝이 길쭉한 세모꼴 모양인 것이 일본종인 아키히메이고 그보다는 끝이 약간 둥그스름한 것이 우리의 설향이다. 일본 선수들이 먹었던 딸기도 설향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장관이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꼭 일본 딸기를 먹어 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마치 우리나라가 딸기 '품종 도둑질'을 한 듯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은 가소로울 따름이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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