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이광수 ㈜ 한오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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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산호초 설치, 해안 침식 억제 입증"

한오션 이광수 대표가 실험이 진행 중인 수조에서 인공 산호초 '코랄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안이 사라진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동해안 120여 곳에서 94만 6658㎡의 해변이 사라졌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축구장 132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광안리해수욕장만 해도 매년 모래 2만㎥가 유실되고 해안 폭이 5m 감소해 다른 조치가 없다면 2027년을 맞이하기 전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자체들은 매년 해수욕장에 모래를 채워 넣거나 해수욕장 앞바다에 잠제(물속에 설치한 구조물)를 설치해 해안 침식 현상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모래는 다시 쓸려나가 효과가 작고, 잠제는 1m 설치에 1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또 잠제는 바닥에서 수면 50㎝ 밑까지 설치되기 때문에 수상 레포츠를 할 수 없게 된다.

2년 전 특허출원, 회사 설립
부산대에 입주해 공동 실험
친환경 재료 사용 오염 방지
설치비 저렴·유지관리 간편
수영구, 산업부에 설치 요청


산호초 군락이 있는 해수욕장의 모래가 늘어나고, 심지어 산호초 근처에 섬이 생기는 것에 착안해 인공 산호초를 개발하고 모의실험까지 끝낸 스타트업이 있다. 부산대에 입주한 스타트업 ㈜한오션이 주인공이다. 이광수 한오션 대표는 2016년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회사를 세웠다. 2017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껏 부산대와 함께 인공 산호초 '코랄셀(Coral Cell)' 3차원 옥외 실험과 수조 정밀 실험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1년이 넘게 진행된 실험에서 코랄셀을 설치하면 유실되는 모래의 75%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현재 잠제가 설치되지 않은 광안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수영구청에 설명했고, 수영구청은 코랄셀 설치와 실험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전국 지자체를 찾아가 코랄셀을 설명했지만, 다들 관심을 보이면서도 설치는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해안 침식을 막는 방법이 없습니다. 잠제는 수질을 오염시키고 해안선을 톱니처럼 변화시켜, 결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성능이 입증된 새로운 기술 사용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0여 년 전 '지오셀'이라는 셀로 흙을 잡아 지반 강도를 높이는 토목용 자재를 개발했다. "토목 시장이 자연을 상대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새로운 방식을 두려워했습니다. 공무원 100명을 만나서 100번 거절당하고 101번째 겨우 실험용으로 첫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오셀은 없어서는 안 되는 토목 자재로, 전국 현장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코랄셀의 모습.
코랄셀은 먼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만들어진 인공섬 팜 아일랜드가 모래 유실과 높은 파도 때문에 해안선 변형과 구조물 파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바이 주 정부 측에서 팜 아일랜드 주변에 코랄셀 설치를 요청해 현재 현장 정밀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신기술이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아 사용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랄셀의 설치 비용은 잠제의 10분의 1 정도다. 코랄셀은 흔히 식판으로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제작된다. 설치도 바다 바닥에 인공블록을 설치한 뒤 이를 로프로 묶고 그 위에 코랄셀을 얹은 뒤 그 위를 다시 로프로 묶는 방식으로 간단하다. "코랄셀은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져 전혀 수질 오염 요소가 없습니다. 파손되면 일정 부분만 교체하기 때문에 유지 관리가 손쉽습니다."

이 대표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망하려면 모든 일을 다 알고, 혼자만 똑똑하면 됩니다. 다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 이야기 들을 게 어디 있어요?" 그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목수인 선친을 따라 부산에 정착하고 경남전문대학 토목과를 나와 토목 외길을 걸어온 이력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제가 지연, 학연이 없고 배운 게 남보다 적은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 합니다. 물론 최종 판단은 제 몫이지만…. 전문 기술, 경영, 특허 등 회사를 운영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언제나 도움 주는 분이 많은 게 저의 사업 자산입니다."

글·사진=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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