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욜로(YOLO)에 소확행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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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산업팀장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거의 매일 맛집을 찾아다니는 친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올린 멋진 해외 풍광과 갓 요리돼 나온 음식 사진은 '따라 해 봐'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여러 이유에서 따라 하지 못하는 이들은 부럽기도 하고 '저래도 되나'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근 소비 패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다.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하는 욜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흔히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취미 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쓴다. 이 같은 욜로 탓으로 예년과는 다른 소비 형태들이 최근 자주 보도된다.

욜로, 소비를 통한 현재 행복 추구
돈 목적 삶보다 근사해 최근 유행
하지만 미래 대비 부족이 함정
일상 삶 지향 소확행, 대안 삼자


지난해 한국 사람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이 사상 최대란다. 한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등을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이 171억 1000만 달러(약 19조 3429억 원)이다. 2016년 143억 달러보다 19.7% 늘어난 것이다.

정량적 통계를 떠나서라도, 생활하면서 주변 사람이 자주 해외로 나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조카는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털어 2주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초등학생 아들이 소속된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가족 해외여행'을 이유로 토요일 연습에 자주 불참한다.

지난해 1~3분기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단다. 같은 기간 가계의 국내 소비 지출은 573조 6688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지만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 9444억 원으로 4.7% 늘어났다. 엥겔계수는 13.8%로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았다. 내 몸에 좋은 유기농과 내 입맛에 맞는 기호 식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욜로는 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삶보다는 매우 근사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약간의 함정이 숨어 있다. 현재를 위해 돈을 쓰면 미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해외여행과 맛있는 저녁에 카드를 확 긋고 나서 매달 날아드는 카드 청구서에 난감할 때가 분명 있다. '욜로를 추구하다 골로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함정을 피해 갈 수 없을까. 소비 측면에서만 보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현재 욜로를 즐기면서도 없어도 될 정도의 적은 돈을 저금 또는 적금에 넣는 것이다. 돈이 목표액에 도달하면 이를 가지고 욜로를 즐기는 것이다. 돈을 모은 과정도 즐겁고, 모은 돈으로 욜로를 즐기면 '미래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욜로와 비슷한 소확행(小確幸)이 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말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소확행은 소비가 아니라 일상을 통해 현재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욜로와 다르다. 올 1월 책에서 읽은 '한 달 안에 다리 일자로 벌리기'를 시도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반드시 매일 해야 한다'는 책의 당부에도 세 번이나 연습을 빠뜨렸다. 결국 한 달 안에 다리를 일자로 벌리지는 못했지만, 하는 내내 즐거웠다. 뭔가를 계획하고 시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매일이 기다려졌고, 벌어지는 다리만큼 행복했다. 2월에는 매일 팔굽혀펴기 100회를 시도했으나 너무 높은 목표(?) 때문에 벌써 실패했다. 3월에는 작지만 실현 가능한 뭘 해 볼까,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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