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韓日전…같은 듯 다른 '의성 소녀'와 '홋카이도 소녀'
준결승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던 한국과 일본 여자컬링팀은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일본팀 서드인 치나미 요시다를 제외하곤 두 팀 선수들 모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첫 올림픽이다.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양국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는 점도 똑같다. 각각 경상북도 의성군과 홋카이도 키타미시(市)라는 컬링으로 유명한 '지방 소도시' 출신이면서, 경기 중 사투리를 사용하는 점도 인기몰이의 공통분모다.
한국 스킵(주장) 김은정은 안경 너머로 하우스(과녁판)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 냉철한 카리스마로 일명 '걸크러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동료 김영미에게 스위핑(sweeping·비질) 등을 지시할 때 소리치는 "영미, 영미!"는 이번 올림픽의 최고 유행어로 손꼽힌다.
경기 내내 감정변화 없이 일관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은정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그의 표정을 주제로 한 합성 사진과 각종 동영상도 온라인을 강타했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엄격, 근엄, 진지를 뜻하는 '엄근진'과 '안경 선배'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소셜 미디어에는 이들의 명경기 영상 외에도 로봇청소기와 빗자루를 활용해 거실 바닥 등을 누비는 컬링 패러디 영상도 쏟아지고 있다.
경기장을 울리는 경북 북부 특유의 억양과 사투리도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야가 막고, 쟈를 치우고" "언니, 걍 쨀까요?" "그냥 까고 1점 먹자" "가라, 언니야" "어~"와 같은 선수들의 구성진 사투리에 경상도 지역에 사는 팬들은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시청자를 위해 컬링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들이 '쨀까요(스톤을 찢어 놓을까요)'와 같은 사투리를 친절하게 해석(?)해주는 풍경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 팬들도 후지사와 팀의 매력에 빠져 있다. 컬링 선수들은 10엔드 경기 중 5엔드가 끝나면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는데, 이 '간식 타임'에서 선수들이 간식을 우물거리며 작전을 짜는 모습이 귀엽다며 열광한다. 지난 17일 NHK가 일본과 OAR(러시아) 전을 중계하다 휴식 시간에 남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하뉴 유즈루의 인터뷰를 전하자 시청자들이 '간식 타임을 왜 끊느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간식으로 먹는 과일과 과자 등도 일본 현지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들이 중계 영상 속에서 먹고 있는 치즈 케이크는 선수들의 출신지이기도 한 홋카이도 키타미의 한 과자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NHK는 '컬링 간식 과자 인기'라는 제목으로 "전국에서 주문이 잇달아 수천 개 있던 재고가 20일 만에 모두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타미 시내에 있는 이 과자 가게 본점에는 작년 말 후지사와 사츠키가 방문했을 때 "항상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주십니다"라고 글을 남긴 색종이도 장식되어 있다. 후지사와는 국내에서도 여배우 박보영을 닮은 외모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일본팀도 멤버 5명이 모두 홋카이도 태생이라 컬링 경기장에선 홋카이도 사투리가 표준어다. 한국에서 '팀 킴'의 경북 사투리 작전 영상이 화제가 되는 것만큼 일본에서도 선수들이 경기 중 '홋카이도 억양'으로 말하는 장면이 현지에서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일본 여자컬링 선수들은 경기 중 일본어로 '그렇네요'에 해당하는 '소데스네'를 홋카이도 사투리인 '소다네'로 줄곧 표현한다.
강릉=민소영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