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행복한 세상] 보이차 덕후 김정관 씨
茶 '말 없는 말' 공유하는 상호 존중의 매개체
예능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시대. '효리네 민박'의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차를 마시며 하루를 연다. 둘 중 한 사람이 차를 우려내면, 테이블엔 사람들이 모이고 한가로운 대화가 오간다.
모두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때, 이효리 부부는 차를 마신다. 창밖엔 눈이 오고, 집안엔 음악이 흐르는 공간. 이 아늑함 속에서 느리게 음미하는 차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일 것이다 .
일감 줄어든 시기 보이차와 만나
차 공부·차 생활로 어려움 극복
차 마시는 시간은 '나눔의 시간'
차로 '소확행' 실천 파워 블로거
건축에 차의 한국적 정서 접목
설계 주택엔 차 마시는 사랑채
TV 화면에 등장한 이효리 부부의 차판이 누구보다 반가운 한 사람.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소장)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차만 한 게 없다"고 했다. "차 한잔할래?"로 말을 걸면 풀리지 않는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앉는 자리는 사무실이든, 집이든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공간이 된다. 보이차에 푹 빠져 살지만, 그가 더 사랑하는 건 어쩌면 누군가와 공유하는 차를 마시는 시간일 것이다. 보이차 덕후.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차 생활 덕후인 셈이다.
'무설자'라는 필명으로 '무설지실'(無說之室)이란 블로그(http://blog.daum.net/kahn777)를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 '말 많은 세상, 그런데도 들을 얘기는 드무니 말 없는 말을 차 한 잔에 담아'. 블로그를 소개하는 짧은 글처럼 '무설자'는 '말 없는 말을 차 한 잔에 담아' 소확행을 부지런히 전파하고 있다.
■차의 소중한 덕 '상호존중'
집, 글, 농사, 밥, 약. 이 단어들 뒤엔 모두 '짓다'라는 동사를 붙일 수 있다. '짓다'는 '마음을 다해 성심성의껏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글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건 모두 마음을 다해 성의껏 해야 하는 일.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살고, 외식도 잦은 바쁜 일상은 어느 순간 더는 무언가를 짓지 않는 시대를 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던 건축사는 2006년 부동산정책으로 일이 줄면서 보이차를 만났다. 그는 보이차 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났고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보이차 덕분에 일 없는 일로 견뎠다. 회원 30명 온라인 차 동호회 '다연회'를 만든 것도 이 무렵이다.
김 소장은 "커피는 마시면서 싸울 수도 있지만, 차는 누군가 한 사람이 우려내야 하니 차를 마시면서 싸우는 일은 없다"고 했다. 차는 정성껏 우리고, 기껍게 받아 마시니 차가 주는 덕은 상호존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굳이 대화가 없더라도 차를 함께 마시는 거로도 소중한 시간을 나눌 수 있어 차를 마시는 시간은 일 없는 일을 통해 공유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차는 한국적인 정서를 건축에 접합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김 소장이 설계하는 단독주택엔 함께 차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사랑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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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차, 고수차 등 종류별로 김 씨가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보이차. 이재찬 기자 c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