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미국을 발칵 뒤집었던 워싱턴포스트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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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CGV아트하우스 제공

언론을 다룬 영화들 중 명작으로 꼽히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은 미국 최악의 정치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심층 취재한 '워싱턴 포스트' 소속 두 저널리스트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그 워터게이트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있으니, 바로 '펜타곤 페이퍼 폭로 사건'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 폭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이 30년 간 은폐해 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입수해 선제 보도 한 최초의 언론사는 뉴욕타임스. 그러나 정부는 후속 보도를 못하도록 공공연한 압력을 넣는다. 그렇게 펜타곤 페이퍼는 묻힐 뻔 했지만, 뒤늦게 문서를 입수한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의 압박과 투자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내고 만다. 이는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고, 이를 계기로 '별 볼일 없는' 신문이던 워싱턴 포스트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간지로 도약한다.

'더 포스트'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결말을 알고 있다. 때문에 감독은 이야기의 과정을 더욱 밀도 있게 구성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메가폰을 잡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社主)이자 극적으로 변화하는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에 집중했다.

캐서린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 당시 미국 언론계는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에 캐서린은 대놓고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자금난에 시달려 상장을 한 상황이었고, 펜타곤 페이퍼 폭로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사건이었다. 벤은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1조를 꺼내며 "권력과 언론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일갈한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캐서린은 결국 폭로를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캐서린의 변화는 흥미롭다. 첫 이사회에서 준비했던 연설문의 단 한 단어도 말하지 못했던 그는 벤과 이사회 사이에서 언론의 역할을 고찰하고 마침내 위대한 결정을 감행하게 된다. 그 결과 극 후반의 캐서린은 이사회의 압박을 물리치고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액션, 추리 등이 없으면서도 스릴러에 필적하는 긴장감을 안긴다.

70년대 신문사에서 볼 수 있던 타자기, 금속활자, 조판기, 윤전기 등의 모습은 아날로그 감수성을 선사한다. '더 포스트'는 내달 4일 열리는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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