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표준사전 톺아보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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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지금은 회사가 부도 위기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듯 보였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 실려 있는 '비켜나다' 본보기글이다. 한데, 저기서 '한 발'은 '한발'의 잘못.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표준사전을 보자.

*한발: 어떤 동작이나 행동이 다른 동작이나 행동보다 시간·위치상으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한발 앞서다/한발 처지다/한발 양보하다/한발 비켜서다/선발대는 한발 앞서 떠났다./그는 나보다 한발 늦게 도착하였다.)

반면 '한 발짝'을 뜻할 땐 아래처럼 띄어쓰기해야 한다.

*한 발 내디디자 죽 미끄러지며 그의 몸뚱이는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굴러떨어지다' 본보기글)

아래 뜻풀이는 뭔가 어색하다.

*밤바다: 어두운 밤의 바다.

아니, 그러면, 어둡지 않으면 밤바다가 아닌가. 보름달이나 조명탄 때문에 대낮처럼 환한 밤바다는 무슨 바다라 해야 할까.

*희생플라이: 야구에서, 노아웃이나 원아웃 상태에서 타자가 외야 깊은 곳으로 높이 쳐 올려 자신은 아웃되지만, 주자는 득점하도록 한 공.

여기서는 전제 몇 가지가 틀렸다. '외야, 깊은, 높이'라는 설명과 달리 '내야'나 '얕은 외야'로, 타구가 '좀 낮거나 아예 직선으로' 가더라도 주자가 득점만 하면 희생플라이가 되는 것. 또, 야수가 공을 잡은 지점이 내·외야가 아니라 파울 지역이라도, 그러니까 파울플라이라도 주자가 득점하면 역시 희생플라이다.

*발전소(發電所): 전기를 일으키는 시설을 갖춘 곳. 수력·화력·원자력·풍력·조력·태양력·지열 따위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일으킨다.

이 뜻풀이에서는 '태양력'이 걸린다. 표준사전에 딱 하나 올라 있는 '태양력' 뜻풀이를 보자.

*태양력(太陽曆):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정한 역법. 계절이 바뀌는 주기를 근거로 하여 만든 것으로, 1년을 365일, 4년마다 윤년을 두어 366일로 하고, 100년마다 윤년을 1회 줄여 400년에 윤년을 97회로 정하였다.

설마, 이 태양력을 말하는 건 아닐 터. '태양+力(력)'으로 보면 안 되느냐고? 하지만 표준사전을 뒤져 봐도 그렇게 쓰인 예가 전혀 없다. 게다가 태양을 이용한 발전은 '태양열 발전, 태양광 발전'이라고 하기 때문에, 어색한 건 마찬가지. 그러니 '태양력'은 '태양광·태양열'이라야 어울리겠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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