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OT 자정 움직임] 불붙은 #미투, 대학가 '악습' 깬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법조계, 문화계에 이어 최근 아시아나 여승무원들의 잇단 고백으로 사기업으로 번지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대학가로 퍼지고 있다. 대학 측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앞두고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고, 일부 대학 새내기는 강압적 뒤풀이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부산지역 한 대학 18학번 신입생 박 모(20·여) 씨는 2박 3일짜리 신입생 OT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 성희롱적 발언, 강제적 장기자랑 등이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미투 운동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술 강요·장기자랑 거부"
신입생들 당당한 목소리

성희롱 교육, 안전 서약 등
학교 측은 예방교육 강화


그간 대학가 OT는 연례행사처럼 꾸준히 구설에 올랐다. 2016년 서울지역 한 대학 OT에서는 유사 성행위를 묘사한 게임이 진행됐고, 같은 해 부산지역 한 사립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려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 측은 설 이후 진행되는 신입생 OT에서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예방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신라대는 간부 학생 213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 사상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실무 담당자를 초청했다. 동아대는 참가 학생을 대상으로 '안전수칙 준수 확약서'를 받는다. 강제 참석 요구, 성희롱 및 성폭력, 관행적 악습 등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OT 전에 미리 받는 것이다. 부산대와 동의대, 부경대 등도 OT에 앞서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예년보다 강화해 실시한다. 경성대는 각종 사건사고 우려로 신입생 환영회를 당일치기로 진행한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이 이어지는 등 학생들 사이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전제로 한 대학 SNS에서는 OT나 새내기 배움터에서 자신이 겪은 성희롱을 털어놓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2~3월을 '대학 갑질 근절기간'으로 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음주강요, 성희롱, 얼차려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한다. 부산 북부경찰서 등 일부 경찰서에서는 대학별 갑질 전담팀을 꾸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