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철석 시인 '나는 삼 년째 벙어리로/운명과 싸우고 있다/북망산천길/조용조용히/혼자서 가고 있다.'('병상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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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표지 |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내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치다가 지난 2016년 별세한 박철석 시인. 그의 유고시집이 나왔다. 세상을 뜬 지 2년 만에 나온 <산다화>(전망)는 삼남 박영산(58) 씨가 부친이 남긴 유품을 정리하던 중 시작(詩作) 노트를 읽게 되면서 전격 출간되게 됐다. 박 씨는 "부친이 임종 전 4년간 힘겹게 투병 생활을 하면서 삽관된 튜브로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며 "미발표 시가 그리 많지 않아 고민했지만 쓴 시를 책으로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 의존하며 쓴
미발표 시 등 40편 수록
시에 대한 열정 '오롯이'제1부는 고인의 미발표 시 31편으로 구성됐다. "죽음 앞에 투명하고 실존적이며 더 인간적인 시들이라 더 소중히 여겨진다"고 밝힌 박영산 씨의 말처럼 '병상일지' 6편은 1955년부터 시작된 시작 활동을 고백하고 '시 쓰는 것이 행복했다'고 밝히는 등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면서도 시작을 놓지 않은 고인의 시에 대한 열정이 녹아들어 더욱 애잔하다.
2부와 3부는 고인이 생전에 출간했던 시집 7권 가운데 아끼던 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첫 시집의 표제작이자 젊은 날 투병 생활의 고통을 투영한 깊은 시선으로 문단의 큰 주목을 받은 '까마귀'를 비롯해 '아내의 굽은 등뼈' '판잣집' '江물' 등 주옥같은 시 40편을 감상할 수 있다. 박영산 씨는 "강남주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부친의 절절한 아픔이 전해 온다는 문자도 제법 받았다. 현재로선 전집 발간 등의 계획은 없지만, 아버지의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