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몸] 3. 기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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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몸에 힘 빼고, 굳은 마음은 부드럽게

부산 해운대구 좌 3동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기체조 수련생들이 박정숙 강사(맨 앞 빨간 상의)의 몸동작을 따라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우리 몸의 각 부분은 서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한다. 근육은 뼈를 둘러싸고, 골격은 내장을 보호한다. 올바르지 못한 자세는 연쇄 작용을 일으켜 몸의 균형을 깨며 심신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근육이 틀어지고 뼈대가 휘어지면서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온갖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 돼 일상의 삶을 망가뜨리고 만다.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현대인에 있어 신체 에너지는 상체에 몰리기 일쑤다. 이러한 불균형도 원활한 몸 활동을 하는 데 헤살을 놓는다. 온 신경을 모아 바른 자세와 적절한 에너지 배분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생활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틈을 내서라도 우리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장소를 찾아 떠난다.

전신이완 하면서 근육·뼈 교정
척추 바로 세워 몸 균형 잡기부터

상체 가볍게, 하체 강하게 단련
근육 단련 아니라 기혈 순환 목적
"젊었을 때부터 몸·마음 수련해야"

■흥겨운 음악에 몸풀기

부산 해운대구 좌3 동주민센터 3층 대강당. 추운 날씨인데도 꽤 넓은 강당이 주민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남녀 40여 명이 개인용 매트 위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박정숙 강사의 몸짓을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기체조에 앞선 몸풀기다. 차분한 명상음악이 흐르는 분위기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흥겨운 음악 도입은 순전히 박 강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련자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고, 오래도록 기체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의도다. 음악이 꺼지면서 본격적인 기체조에 돌입한다.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해본다. 비교적 쉬운 자세도 있고, 따라 하기 버거운 것도 있다. 몸의 근간이라는 척추를 바로 세우는 체조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인 고관절을 푸는 동작이 많다. 두 번째 큰 관절인 어깨 관절을 자극하는 순서도 자주 나온다. 기체조를 하고 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고관절 부근의 통증은 움직일 때마다 일어난다. 얼마나 몸을 돌보지 않았는지 절감하는 순간이다.

기체조는 전신이완 체조이자 교정 체조라고 할 수 있다. 선인들이 오랜 세월에 거쳐 다듬고 체득한 기혈순환법이자 기혈유통법이다. 자연 도리와 인체 생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한 우리나라의 고유 정신이 배어 있다. 기체조는 행공(호흡)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단계다. 호흡 수련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체조는, 그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키고 회복해 나갈 수 있을 만큼 잘 짜진 수련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것도 무리는 금물

박정숙 기체조 강사는 상허하실(上虛下實)을 거듭 강조한다. 상체는 가볍고 부드럽게, 그리고 하체는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일의 특성상 상체에 에너지가 많이 모이는 사람들이 특히 명심할 경구라고 설명한다. 상허하실의 원리는 비단 특정한 유형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이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다. 지구 중심에 나의 중심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는 원리다. 사람의 몸과 마음만 그런 게 아니고 만사가 그렇다는 것을 주위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차가운 기운은 올라가게 하고,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수승화강(水昇火降) 원리도 기체조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음이 있는 곳에 기가 있고, 기가 있는 곳에 혈이 있으며, 혈이 있는 곳에 정이 있다는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기체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박 강사는 잊지 않고 당부한다. 우선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굳어진 몸을 억지로 움직이면,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게 아니라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주의도 이와 연결된다. 동작의 반복을 통해 서서히 수련 자세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체조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 아니라, 몸을 부드럽게 풀어줘 기혈을 순환하려는 운동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병이나 취약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동작이나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관절염이 있거나 디스크가 있는 수련자는 가부좌나 허리 들기 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 좋을 때 기체조 해야

6년 동안 기체조를 해온 이복재 씨는 "안 쓰는 근육을 풀고 몸을 가볍게 하는 운동으로 이만한 게 없다"며 "노년에 들수록 기체조는 반드시 해야 할 수련"이라고 강조했다. 몸이 안 좋아 5년 전부터 기체조를 시작했다는 하태경 씨는 " 배를 따뜻하게 해 소화를 도와주고, 스트레칭으로 막힌 혈을 풀면서 명상과 호흡력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정·기·신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김선애 씨는 "기체조를 하기 전에는 별명이 '골골이'라 할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 있었다"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인 어떤 분노가 사라지고,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닥쳐오는 신체 변화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 강사는 "나이가 들어 심신이 쇠약해지거나 젊어도 몸이 안 좋은 사람이 기력 회복을 위해 기체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보다 바람직한 건 심신이 건강하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몸과 마음을 지키는 수련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씨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기체조 강사다. 그는 해운대 동백섬 공원과 신시가지 대청공원 야외에서 기체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처음 두 명에 그쳤던 수련자 수는 기체조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 강사는 현재 여러 주민센터와 복지관에서 기체조 강습을 하는 중이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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