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음력 정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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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섣달그믐인 2017년 12월 31일, 바쁘게 세밑을 보낸 많은 사람이 서울 보신각, 부산 용두산공원 등지에 모여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뒤 무술년 정월 설날 아침을 함께 맞이했다.'

이 글을 보고 '맞아! 나도 그랬지' 싶은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섣달그믐: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세밑(歲-): 한 해가 끝날 무렵. 설을 앞둔 섣달그믐께를 이른다.

여기까지 보자면 섣달그믐이나 세밑이 양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요즈음이 세밑이요, 일주일 뒤가 섣달그믐인 것. 2017년 12월 31일은 그냥 한 해의 마지막 날일 뿐이라는 얘기다. 표준사전을 더 보자.

*제야(除夜): =제석(除夕).

*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밤.

*정월(正月):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

이렇게, 제야며 정월도 음력을 가리키는 말이니 양력 연말연시에 쓰기에는 적절치 못했던 것. 게다가 설 전날엔 타종을 하지 않으니 따지고 보면 '제야의 종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아래 표준사전 뜻풀이에 나온 '음력 정월' 역시 그냥 '정월'로만 써야 하는 겹말들이다.

*거리제(--祭): 음력 정월에 길거리에 있는 장승에게 지내는 제사.

*계일(鷄日):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이르는 말.

*상춘(上春): 음력 정월을 달리 이르는 말.

'음력'을 쓸데없이 덧붙인 뜻풀이는 더 있다.

*달집: 음력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달맞이할 때에, 불을 질러 밝게 하려고 생소나무 가지 따위를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

*더위팔기: 음력 정월 대보름날 하는 풍속의 하나.…'내 더위 사 가게'라고 말하여 대답한 사람에게 더위를 판다.…

*보름나물: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묵은 나물을 삶아 무쳐 먹는 풍속. 또는 그 나물. 이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이긴다고 한다.

대보름 앞에는 이처럼 '음력'도, '정월'도 붙일 필요가 없다. 보름이 '음력'으로 열닷새째 날을 가리키고, '대보름'은 여러 보름 가운데 정월 보름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여드레 뒤 시작되는 무술년은 '개띠 해'가 아니라 그냥 '개해'다. '개띠'는 사람에게만 쓰는 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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