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CEO에게 듣는다]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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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잘 쓰고 늘 메모하는 것이 성공 비결"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재찬 chan@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대다수가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한다. 겸손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판단력과 재력을 가지고도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도 운을 이야기했다. 일례를 들었다. "1974년인가. 지금 수영강 변에 있는 자동차매매단지 있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빵 공장이 경매로 나와 3억 2000만 원을 주고 매입했지. 그런데 공장 내 제빵 기계가 골칫거리였어요. 때마침 정부가 빵 공장이 너무 많다고 제빵 기계 수입을 금지시켰지 뭐야. 빵 수요는 늘어가지 기계는 못 구하는 상황이 됐고, 결국 공장 내 있던 제빵 기계를 4억 원을 받고 제빵 업체에 팔았어. 정말 운이 좋았지. 넥센타이어가 여기서 시작됐어."

금융사업 실패로 시련
적재적소에 채용된 인재가
위기 해법이라는 사실 깨달아

부산 식수, 남강물 끌어와야
신공항은 후대 중심 생각을
빠른 사회 '젊은 경영' 필요

■사람과 메모


하지만 강 회장도 늘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던 금융사업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시련을 겪었다. 동남은행 등 5개 금융회사 중 2개만 겨우 매각하고 나머지는 공중분해가 된 것이다. 강 회장은 위기 때 사람을 생각했다.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을 통해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강 회장의 열정적인 인재 양성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강 회장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넥센월석문화재단을 통해 부산·경남지역의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 23억 등 모두 58억 원을 내놓았다. 이뿐만 아니다. 1995년 설립된 KNN문화재단과 월석선도장학회 등 3개 재단을 통해 무려 134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강 회장은 'CEO(최고경영자)계의 메모광'으로 통한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할 정도여서 머리맡에 항상 메모지를 둔다. 45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크게 실패한 적이 없는데, 그게 메모와 관련이 있다고 강 회장은 믿고 있다.

■신공항과 낙동강, 그리고 상생

강 회장은 대뜸 "수돗물을 바로 먹냐"고 물었다. "끓여서 먹습니다"고 말했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다소 당황했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부산시민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부산 시민 중에 수돗물을 바로 먹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낙동강 원수에 불신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진주 남강 물을 끌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남강 물 부산 공급을 둘러싸고 부산과 경남 간 갈등이 많았는데, 지방선거 이후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만나 지역 갈등을 풀고 상생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낙동강 물 문제는 이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남강 물을 나눠준다면 진주가 인구 100만 명의 서부 경남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지원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신공항 문제는 후손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공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소음 문제 또한 쟁점이 될 것인데, 내륙에 비행장을 두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신공항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후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언론 환경

지역 민방인 KNN의 회장인 그는 언론 환경에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요즘 신문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보지." 그러면서 그는 신문보다 방송 환경이 더 안 좋다고 했다. 공중파 방송은 종편이나 케이블 TV, IPTV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사회 전반적인 발전 속도가 빨라 젊은이들 위주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나이 든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위해 별도 업체를 차린 뒤 고용을 보장하고, 그 자리에 젊은이들로 채운 종편도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민방의 울산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구 중계의 확대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FM 라디오를 하나 추가했는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경기 이외에 NC 다이노스의 경기도 중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의 고향이 마산이라는 점을 생각하니 그가 야구 열혈팬인 '마산 아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강 회장은 얼마 전 아들 강호찬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안심했다고 했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식으로 경영해서 마음을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45년 동안 사업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 회장은 "해보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할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내 경험을 비춰보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면서 "열심히 움직이고 성실히 생활할 때 운도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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