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시급한 '부동산 대책'] 빙하기 맞은 경남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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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불패' 호시절 가고 '분양필패'로 쌓이는 미분양

경남 거제시의 도심이자 최대 주거 단지인 고현, 장평동 일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배후지로 상권과 주택단지가 밀집해 있다. 거제시 제공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가격이 내리는 경남지역에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각종 부동산 대책은 그나마 있던 실수요마저 없애는 악수가 됐다. 여기다 조선업과 기계산업의 동반 침체로 지역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빙하기를 맞고 있다.

조선업 등 침체 겹쳐 '이중 타격'
새 집 가려 해도 집 못 팔아 발 동동

올해도 약 4만 세대 물량 쏟아져
미분양 속출 우려 "규제보다 지원"

'분양불패.' 한때 거제시를 지칭하던 수식어다. 막대한 물량 공세에도 분양 현장은 족족 '1순위 청약 마감'하며 완판됐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분양필패' 지역으로 전락했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이 겹치면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기존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데,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다음 달 준공하는 상동동 아파트 입주를 준비 중인 윤미선(51) 씨는 "시세보다 4000만 원 정도 싸게 내놨는데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창원시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12월 기준 창원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10개 단지 5193세대로 집계됐다. 전체 공급량의 29%를 웃돈다. 아파트 매매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2010년 3억 5000만 원이었던 의창구 A아파트(84㎡ 기준)는 2015년 4억 70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가 이어져 2017년에는 4억 1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남에 올해 또다시 신규 물량이 쏟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경남에 3만 9154세대의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 창원이 1만 4023세대로 가장 많고 김해 6006세대, 진주 5773세대, 거제 4930세대, 양산 3892세대, 통영 1741세대 순이다. 내년에도 김해(1만 1004세대), 창원(1만 147세대), 양산(4428세대), 진주(2742세대)를 중심으로 총 3만 2907세대가 예정돼 있다.

조선업과 기계산업의 동반 침체는 지역 부동산 경기를 급랭시키고 있다.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한 2015년 상반기 이후 청약 미달이 잇따랐고, 미분양은 쌓여 갔다. 결국 2015년 10월 사업 계획이 승인된 일운면 지세포 767세대 단지를 마지막으로 아파트 신축은 중단됐다.

이후 2년 넘게 아파트 분양이 없었는데도 미분양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월 거제를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12월 기준 거제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16개 단지 1827세대에 달한다. 전체 공급량(7335세대)의 25%다. 미분양 적체로 2014년까지 매년 5% 이상 수직으로 상승했던 거제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2년 사이 평균 15% 이상 급락했다.

경기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쏟아진 미분양 아파트 대부분은 '악성 미분양'이 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더욱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경남 같은 지역에는 규제가 아닌 지원책이 필요하다. 대출 조건 완화와 금리 인하, 한도 상향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도 "지방의 현실을 반영한 차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훈·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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