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메이드 인 부산(Made in Busan)'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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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현 경제부장

지난 주말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만난 '메이드 인 부산(Made in Busan)' 선물세트가 반갑다.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은 곧 품질보장을 의미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상 '메이드 인 부산'은 이제 소비자가 의심 없이 사도 될 만한 제품임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셈이다.

'메이드 인 부산'은 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에 소속된 지역업체들의 제품을 다양한 조합으로 묶은 선물세트다. 설을 앞두고 특정지역의 우수식품을 모아 선물세트를 구성한 것은 전국 최초이기도 하다. 모두 14종류로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장석준 명장의 명란(덕화푸드), 전통명장 최순희 대표가 빚어내는 참기름과 들기름(승인식품), 삼진어묵 창업주 며느리 이금복 장인의 어묵탕(삼진어묵), 기장다시마(석하), 간장(오복식품), 김(남광식품), 수제전병(소소명과) 등 28개의 지역 대표업체가 참여했다.

지역식품 한데 모은 선물세트
전국 최초 백화점 진출 성공

중소식품업체 3년 노력 결실
올해 '셀 & 바이'로 외연 확대

대기업 유통망에 경쟁 원천봉쇄
시, 유통센터건립 적극 지원해야

하나하나의 맛과 품질로만 따지자면 어디 내놔도 1등을 자부할 만한 제품들이지만 이들 제품을 한데 묶어 백화점 상품 진열대에 내놓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역의 식품회사들이 연대를 모색한 건 3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믿고 먹을 만한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대기업의 대규모 유통망과 광고 마케팅, 물량공세에 밀려 소비자의 선택기회조차 차단당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당당하게 맞서 보자는 취지였다.

식품업계는 대기업과 지역 중소업체 간 불합리한 관계가 특히 도드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대기업 A사의 두부는 실상은 중소기업 B사의 OEM(주문자상표부착품) 제품이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하지만 정작 그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B사가 독자 브랜드를 달고 판매를 하려면 유통망과 인지도에 밀려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백화점 진출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2015년 3월. 2~3개 지역 식품업체가 선두에 섰고 여기에 부산일보와 부산상공회의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으면서 검증된 향토식품기업을 전국적인 강소기업으로 키우자는 공동 캠페인이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롯데그룹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롯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유통망을 제공하면서 백화점과 홈쇼핑에 진출하고 부산명품 식품대전을 개최해 소비자를 만나는 등 제품 알리기에도 지속적으로 힘써 왔다.

맛과 품질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업계의 노력은 '메이드 인 부산' 출시를 계기로 2단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3년 전 13개 업체로 결성된 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의 회원사는 28개사로 늘어났고 이들은 이제 개별상품의 인지도 높이기를 뛰어넘어 지역식품업체 유통센터건립이라는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홍보와 마케팅 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망과 경쟁할 수 없다면 보다 더 큰 성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시작된 '셀 앤 바이 부산 2018(Sell & Buy Busan 2018)'도 지역 중소식품업체에는 큰 힘이 되고있다. BNK금융그룹과 르노삼성자동차, 대선주조, 롯데백화점, 에어부산 등이 부산식품제조사협회와 함께 참여하는 '셀 앤 바이 부산 2018'은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우선 이용함으로써 윈-윈(Win-Win)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 낸다는 취지다. 구매력이 뛰어난 지역 대기업들이 고객들의 명절 상품이나 사은품으로 '메이드 인 부산'의 우선 구매의향을 밝힌 것은 지역 식품업체들에는 희소식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지역의 식품을 무조건 사 달라며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맛과 품질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가격경쟁력은 물론 매끈한 포장, 여기다 최근에 부는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 바람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맛과 품질을 갖추고도 불합리한 유통구조 탓에 원천적인 기회를 차단당한다면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과 지역 소비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더해져야 한다.

1800여 개의 식품관련제조업체와 10만여 명 종사자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지역식품업체 유통센터건립사업에 부산시가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객지에 살면서 바다 냄새를 품은 부산오뎅(어묵)과 신선한 수산물을 그리워해 본 사람은 부산의 맛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다가오는 설,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산의 맛을 정성스럽게 담은 '메이드 인 부산'을 손에 쥐여 주는 건 어떨까? jhno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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