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기 : 황리단길] 80여 식당·카페·서점 즐비한 포석로… 유행과 개성 넘쳐나는 경주의 '현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불국사와 석굴암이 경주의 '오래된 미래'라면 황리단길은 따끈따끈한 '현재'다.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란 뜻의 조어인 황리단길은 최근 1~2년 사이 경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내남사거리 대릉원 서쪽 담에서 한옥호텔 황남관에 이르는 약 1㎞의 포석로가 황리단길이다. 이 직선 길을 따라 80여 개의 식당과 카페, 서점, 선물 가게, 불교용품점, 점집 등이 어우러져 경주의 새로운 명물로 탄생했다. 이곳에는 먹기, 보기, 즐기기, 잠자기 같은 관광의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취재한 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황리단길로 향했다. 평일인 데다 최강 한파가 닥쳐 거리가 휑하다. 그런데 웬걸! 가게마다 손님들로 북적인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온다.

황리단길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색 있는 가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노란 원색에 만화 벽화를 그린 가게가 있는가 하면, 깨진 전구를 철망에 대롱대롱 걸어 놓은 핫도그 가게도 있다. 분홍색 외장에 에펠탑 모형을 세워 놓은 아이스크림 가게, 실제 철길을 입구에 깔아 놓은 옷가게, 3층 옥탑방을 설치한 카페 등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흑백사진 전문관(사진)에서 흑백사진을 찍고 있으면 어느새 아날로그 감성이 되살아난다. '어서어서' 간판이 달린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서점이라는 뜻이란다. 이 서점은 주로 문학류를 취급하는데, 주인이 반드시 읽은 책들만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야 주인과 손님 사이에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곳 가게들은 외관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개성이 넘쳐난다. 과거와 현재, 복고와 유행의 묘한 배합이 이곳의 특색이다.

황리단길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힘입은 바 크다. 황리단길이라는 기발한 지명을 조어한 사람은 이곳에서 카스텔라 가게를 운영하는 김성일(53) 씨. 김 씨는 2016년 1월 처음 몇몇 지인과 이곳으로 들어왔다. 비록 낙후지역이지만, 위치상 반드시 뜰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황리단길 건너에는 대릉원이 있고, 반경 2㎞ 내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역사 유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씨 등은 자리를 잡자마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각종 사진과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천년고도에 그런 색다른 곳이 있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2016년 9월 대지진으로 경주 전역이 관광객 썰물이라는 충격을 받았지만, 황리단길은 곧 활기를 되찾았다.

황리단길의 도약이 더욱 놀라운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순전히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소상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형적 특성이 맞아떨어지면서 황리단길은 경주 관광자원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파워 콘텐츠가 됐다. '황리단길 아너스 봉사클럽'(상인회 격)의 대표이기도 한 김 씨는 "우리는 처음부터 관에 무엇을 요구하거나 투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명예를 지키며 당당하게 장사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면도로까지 개발되는 등 황리단길은 급속히 팽창 중이다. 황리단길이 초심을 잃지 말고 경주의 핫 플레이스로 오래 기억되기를! 윤현주 선임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