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척척' '똑똑한 내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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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기능이 강화된 T맵X누구를 알리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모바일 내비 1위 사업자 SK텔레콤에 맞서 KT와 LG유플러스가 연합을 구축, 반격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내비에 인공지능(AI)을 입혀 사용성을 극대화하는 기술 경쟁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 'T맵×누구'

음성 명령 따라 길 안내 외
전화 등 11가지 기능 추가

KT·LG유플러스 '원내비'

공동 내비에 독자 AI 서비스
날씨 정보·음악 듣기 등 포함


이통사들이 모바일 내비 시장에 사활을 거는 것은 내비 서비스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각종 지리, 운행 정보가 향후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음성 빅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 AI 내비를 통해 음성 명령 정보를 손쉽게 끌어모으려고 이용자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SKT, T맵에 AI 입혀 500만 명 목표

이통 3사 중 처음으로 AI 스피커를 출시한 SK텔레콤이 한발 앞서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23일부터 'T맵X누구'에 11가지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출시한 T맵X누구는 SK텔레콤이 자사 내비게이션 T맵과 AI 플랫폼 누구 솔루션을 결합해 길 안내는 물론 음악 재생, 음성 통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길 안내를 받으면서 음성 명령을 통해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했다. 가령 "엄마랑 전화 연결"이라고 말하면 이용자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된 '엄마'라는 번호를 검색한 뒤 전화를 걸어준다. 전화를 걸 때도 내비게이션 화면은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길 안내는 지장을 받지 않는다. 전화를 받을 때는 전화 거절 기능이 추가되는데 음성 명령만으로 통화 거절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주행 정보를 받거나 경로 변경도 음성으로 가능해졌다. "다른 경로로 안내해줘", "주유소를 경유지로 등록해줘"라고 말하면 내비게이션이 명령을 따른다. 이렇게 SK텔레콤이 T맵에 누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이미 한 달에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T맵 서비스를 활용해 AI 시장에서도 우위를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실제 SK텔레콤은 올해 말 자사 AI 플랫폼 누구 사용자 수 목표를 500만 명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누구 월간 사용자 수가 211만 명이었는데 배 이상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1000만 명인 T맵 사용자 절반 정도만 T맵X누구로 갈아타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은 "AI 생태계 육성에 도움이 될 실사용자 확보와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모델들이 차량 안에서 원내비 출시를 알리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KT·LG유플 AI는 각자도생?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만든 원내비 역시 AI 플랫폼을 탑재한 버전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두 회사는 같은 버전의 원내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AI 버전은 다른 플랫폼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이들이 각자 AI 플랫폼을 적용한 원내비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두 회사는 T맵을 견제하려고 지난해 7월 각자 보유 중인 교통 데이터들을 통합한 원내비를 공동으로 선보였다. 원내비 AI 탑재 버전 역시 T맵X누구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내비에도 음성 길 안내, 날씨 정보 및 음악 듣기 등의 기능이 대부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KT는 원내비에 자사 AI 플랫폼인 기가지니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기가지니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끌어모으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안정화 단계를 밟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AI 스피커를 통해 협업 중인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원내비에 사용할지 아니면 자체 개발한 또 다른 플랫폼을 탑재할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내비게이션 서비스 공유와 달리 AI 플랫폼은 또 다른 영역이라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지금 분위기에선 KT와 LG유플러스가 독자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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