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신유압 직원 '이색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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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소개팅에 신용카드 내준 통 큰 대표님

소개팅 자리에 나온 남자가 대표이사의 카드로 결제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회사에서 인정 좀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누가 소개팅에서 대표 카드를 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최근 동신유압 김병구 대표에게 이색 영수증이 제출됐다. 바로 소개팅 비용을 증명하는 영수증이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진해의 한 고깃집에서 진행된 소개팅에는 동신유압 20대 초반 남자 직원 10명과 진해 거주 여성 10명이 참가했다. 소개팅 참여 여성은 동신유압 여직원의 친구들이었다.

기숙사 생활 20대 직원들
진해 여성과 10 대 10 소개팅
대표 카드로 전액 결제

김 대표 "교통난에 일부 퇴사
결혼하면 젊은 층 이탈 줄어
일하고 싶은 회사 되려 노력"

20명이 고깃집에서 쓴 비용은 42만 5000원이나 됐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 하지만 이들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바로 김 대표의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신유압 직원들은 '쿨'하게 대표의 카드로 결제했고, 결제 내용을 문자로 통보받은 김 대표는 흐뭇하게 웃었다고 한다. 오후 6시께부터 오후 7시 33분까지 밥을 먹었으니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리라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카드를 내어준 이유는 바로 젊은 직원들이 회사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김 대표에게는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2016년 11월 부산 사상구에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젊은 직원 일부가 퇴사를 선택했다. 출퇴근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도 비슷하다. 김 대표는 "진해는 회사로 출퇴근하기 좋은 위치다. 소개팅 결과가 좋으면 회사와도 평생 같이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20대 초반의 직원들은 특성화고를 나온 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20대 청년이 일터와 기숙사만 오가면 어지간히 밝은 친구들도 우울해진다"며 "직원들에게 활력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성을 만나게 되면 동기부여가 돼 업무능력이 더 좋아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굳이 1 대 1로 하지 않고 그룹으로 한 이유도 있다. 기술 관련 특성화고를 나올 경우에는 사실상 '남고'나 마찬가지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고 당연히 이성을 대하는 기술 역시 부족하다. 이러한 약점을 메우고자 김 대표는 떠들썩하게 만나도록 세심하게 소개팅을 설계(?)했다.

김 대표는 "젊은 직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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