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뉴스&맨] 이태수 부산연합기술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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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스타트업 투자, 글로벌 시장 공략"

부산연합기술지주 이태수 대표가 부산지역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시장성과 확장성이 동반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은 빛을 보기가 어렵다. 기술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 초기 자금 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뭉쳐야만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은 부산지역 16개 대학, 부산테크노파크가 힘을 합쳐 만든 기업이 부산연합기술지주㈜다. 부산연합기술지주는 우수한 기술을 가진 대학 기업들에 투자해 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돕고, 투자금을 회수하며 이익을 남긴다. 2016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 31개 기업의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16개 대학·부산테크노파크
지역 스타트업 31곳 도와
M&A 활발 이스라엘 모델
창업 위한 기업 환경 조성

■'국민 내비'가 600억 원밖에?

부산에서 시작해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겨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렸던 '김기사'는 다음카카오에 626억 원에 매각됐다. 엄청나게 큰 액수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버전 국민 내비 'Waze'는 2013년 구글에 1조 2000억 원에 팔렸다. 헐값이다.

이 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확장성. 부산연합기술지주 이태수 대표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은 영어, 구글 지도 등을 활용해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지만 우리는 국내만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 스타트업 기업들도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슬러시 도쿄 2018(Slush TOKYO 2018)과 같은 행사에 지역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도 같다. 슬러시 도쿄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슬러시 행사의 아시아 버전이다. 올해 3월 부산에서도 3개 업체가 참여한다. 기업 소개나 프레젠테이션도 영어로 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다윈의 바다'를 건너라

이 대표는 부산 스타트업들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좋은 기술에만 매달려 있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엔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와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를 건너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데스 밸리는 미국 네바다주의 황량한 땅을 일컫는데 아이디어가 제품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 험난함을 이야기한다. 다윈의 바다는 악어와 해파리가 가득한 호주 북부 해변이다.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다른 제품과 경쟁에서 이겨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 자금이 떨어지는 3~4년 사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결국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보고있다. 100억 원 이상 매출액을 올리는 스타 기업이 없는 것도 같은 측면으로 봤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이 상장까지 가기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데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처럼 장기적으로

부산연합기술지주의 롤모델은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인스티튜트(Weizmann Institute)다. 와이즈만 인스티튜트는 1950년대 만들어져 4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트업 투자의 전설이기도 하다. 또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 역시 이 분야의 강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1950년대부터 오랫동안 지속해서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생태계를 만든 덕에 이스라엘의 경우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회사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이들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좋은 스타트업을 사실상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현재 부산은 인수·합병 시장이 크지 않다. 그 때문에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더 어려운 조건이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글로벌 기업들이 찾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이 대표의 고민이 크다. 2019년 이후 부산연합기술지주의 사업 기간은 끝이 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좋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현재로는 다른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스타트업이 활약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더 많은 당근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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