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치료] 소중한 아기 아프다면… 엄마 배 속에서 미리 치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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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전 초음파 발달로 태아의 발달뿐 아니라 구조와 기능을 임신 중에 알 수 있게 돼 태아의 기형과 이상에 대해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산모에게 아기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줘 산모의 심리 안정을 도운다. 이상 태아에 대한 상태와 정도도 평가해 출생 후 신생아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어 신생아 사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갑상선 혹·부정맥 발견 땐
약물 치료로 처치 가능

션트 삽입술·내시경 등
산모 배 열지 않고 수술 통해
태아 사망·합병증 경감

산전 진단 발전으로
부산서도 치료 활발

■태아 치료로 사망과 합병증 줄여


임신 중 발견된 태아의 기형 혹은 이상 중 일부는 저절로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 중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배 속에서 태아가 사망하거나 태아 질환이 악화할 수도 있다. 산모 배 속에 있는 태아를 약물 혹은 수술로 치료해 태아의 사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게 바로 '태아 치료'다.

태아 치료는 우선, 약물치료가 있다.

산모 배 속에 있는 태아에게 어떻게 약을 줄 수 있을까? 태아의 입으로 직접 약을 넣어 줄 수는 없지만, 양수 내로 약물을 투입해 태아가 삼키게 할 수 있다. 태아의 혈관을 찾아서 약을 주입할 수는 없지만, 태반에 부착된 탯줄 혈관에 바늘을 꽂아 태아에게 약이 흘러가게 할 수도 있다. 산모가 약을 대신 먹어 산모 몸에 흡수된 약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김영남 인제대 부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예를 들어 태아에 갑상선 혹이나 심한 부정맥이 있으면 약물치료로 정상 기능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태아가 빈혈이 심한 경우에도 탯줄 혈관을 통해 수혈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백병원 의료진이 융모막 검사를 하는 모습. 부산백병원 제공
■션트 삽입술과 태아내시경 등 수술

수술 치료에는 산모의 배를 열지 않고 태아의 몸에 관을 꽂아 흉수나 복수 등을 빼는 시술(션트 삽입술)이 있다. 션트는 비교적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태내에 낭성 질환이 생긴 경우(흉수, 복수, 흉곽 내 큰 낭종, 후부 요도 판막증 등)에 낭으로부터 양막강 내로 물을 배액 시켜 심각한 기관 장애를 막는 시술이다.

특히 후부 요도 판막증(요도에 막이 생겨 소변이 배출되지 않아 신장 손상)은 남아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태아 치료 없이는 양측성 신부전을 초래해 생존하기 어렵고 출생 후 치료(투석)를 한다 해도 신장 이식을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지고 살아가기 힘들다. 시술은 산모의 피부 부분 마취 하에 시행하므로 산모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으며,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합병증도 경미하다.

태아 내시경을 통한 치료 방법도 있다. 일반 내시경보다 크기가 작다는 것을 빼면 그 원리와 시술 방법이 흡사하다. 다만 수술 중 양수를 계속해서 순환시켜야 한다.

태아 내시경을 이용한 대표적인 수술은 일란성 쌍둥이에게 태반 혈관이 공유돼 일어나는 '쌍태아 간 수혈 증후군'을 가진 경우다. 한쪽 태아는 심한 양수과소증과 태아 발육 지연으로 사망하고, 또 다른 태아는 혈류 과다와 양수과다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질환이다. 이런 경우 태아 내시경을 이용해 양측 태반 내 연결된 혈관 문합 부위를 레이저로 응고해 혈류를 막아주는 시술로 태아를 모두 살릴 수 있다.

후부 요도 판막증후군의 경우에는 직접 태아 방광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판막을 융해하고 소변을 배출할 수 있게 하는 시술도 할 수 있다. 구순열과 구개열이 심한 태아는 내시경을 이용해 벌어진 입술 사이에 클립을 끼우고 틈을 좁혀줘 출생 후 수술을 용이하게 하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진단영역 발전으로 태아 치료 활발

초음파 기기 발달과 더불어 산전 태아 진단 영역은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국내 태아 치료는 산모와 보호자의 기형아 출산 후 장애에 대한 불안 등으로 미국과 유럽보다 늦게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태아 치료에 대한 인식도 점차 개선돼 태아 치료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하던 태아 치료가 이제는 의료장비 개선, 의료시설 체계화, 의료진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부산 지역 병원에서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부산, 경남, 울산 권역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고위험 태아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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