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증상과 치료]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두근… 혹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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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67·여) 씨는 몇 년 전부터 가슴에 심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런 고통을 느끼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도 했다. 성격이 예민해서 그러려니 하면서 고통을 참고 지냈던 김 씨는 갑자기 죽을 정도의 고통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심전도 검사를 한 뒤에 '부정맥'이 발견됐고, 약물 주입 후 평온을 되찾았다. 김 씨와 같은 사례는 비교적 많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우 김주혁 씨도 심근경색과 부정맥 등이 사망 원인이었다.

지난해 숨진 배우 김주혁 씨
심근경색·부정맥이 원인

평소엔 위험하지 않지만
갑자기 실신·심정지 일으켜
생명 위협할 수 있는 질병

약물·고주파·제세동기 삽입 등
전문의 상담 후 치료법 선택

■진단하기 어려운 심장질환


심장에는 일정한 시간 간격(평균 분당 60~100회)을 두고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깃줄이 있다. 이런 심장 전기의 간격이나 방향이 비정상적으로 변할 때 부정맥이 발생한다. 즉 부정맥이란 심장 박동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고르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비정상적으로 느리거나 빠르거나 불규칙한 것이다.

모든 부정맥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갑자기 실신한다거나 심정지를 일으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부정맥 종류는 하위분류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아무 증상도 없이 건강검진과 같은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는 부정맥부터 실신, 뇌졸중, 심장 돌연사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부정맥까지 다양한 종류로 세분된다.

부정맥 환자 대부분이 겪는 증상은 두근거림, 갑작스러운 울렁증, 덜컹거림, 어지럼증, 실신 등이다. 대체로 오랜 시간 지속하지 않고 짧게는 수 초간, 길게는 수십 분 정도 발생하다가 거짓말처럼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이런 사소한 증상들도 계속 반복되면 점차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증상이 동반되면서 공황장애와 유사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정맥이라는 심장질환은 심전도 검사로 아주 간단하게 진단된다. 하지만 제일 진단하기 어려운 심장질환이기도 하다. 부정맥 대부분은 한순간 또는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가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고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최재훈 부산의료원 심장내과 과장(심혈관센터장)은 "심전도를 촬영하는 순간 환자를 힘들게 하던 증상이 없다면,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심전도를 반복해서 촬영해 볼 수 있고, 온종일 심전도를 기록하는 '24시간 활동성 심전도'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부산의료원 심혈관센터 의료진이 수술하는 모습. 부산의료원 제공
■카페인 함유 음료, 음주 줄여야

부정맥은 종류, 발생 빈도, 증상의 동반 여부 같은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치료를 결정한다. 우연히 발견된, 증상이 없는 기외수축성 부정맥은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 있으나, 고혈압을 가진 환자가 두근거림으로 병원을 방문해 발견된 기외수축성 부정맥은 혈압 약제를 변경하거나 항부정맥 약제를 투약하는 등 같은 부정맥이라도 치료 방향은 다를 수 있다. 많은 부정맥은 항부정맥 약물로 조절할 수 있다. 심장 조직을 억제해 부정맥을 정상으로 전환하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약물치료 외에는 심장 전기생리검사를 이용해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조직을 찾아 그곳에 고주파를 방출, 원인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부정맥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기도 한다. 또 심장 내부에 규칙적인 전기 리듬을 발생시키는 인공 심박동기나 불규칙한 전기 리듬을 없애고 정상 맥박으로 돌려주는 제세동기를 삽입해 부정맥을 치료하기도 한다.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지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부정맥을 예방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기저질환이 되는 고혈압, 당뇨, 비만, 갑상선 질환의 조절이 잘돼야 한다.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줄여 줄수록 빈도는 적게 발생한다.

음주량과 빈도도 부정맥과 아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휴일 심장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이 있는데, 이는 휴일에 과도한 음주 후, 심방세동이라는 부정맥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젊은 직장인 남자에게 자주 발생해 병원을 찾게 하는 질환이다.

최 과장은 "요즘처럼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하면 가슴 쪽을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면서 "겨울에 운동할 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천천히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게 심장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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