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무술년! ② 2018 대한민국 트렌드 키워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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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워드는 'Wag the dogs'

(사진은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 마음가짐이 어느때보다 남다를텐데요. 저마다 소망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일을 다짐하는 시작점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정리해봅니다. 그 시리즈 두번째로 <② 2018 대한민국 트렌드 키워드 10>을 연재합니다.

새해 연초가 되면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부류의 책이 있습니다. 바로 한 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분석서들인데요.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일찌감치 분석서를 통해 한 해 트렌드를 공부하기도 하죠.

트렌드 도서의 전통 강자로 꼽히는 '트렌드 코리아 2018'(김난도 외 共著, 미래의 창)에서 언급한 키워드 10가지를 중심으로 무술년을 미리 들여다볼까 합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올해로 시리즈 출간 10주년을 맞이하며 지난 12년 동안 다음해의 키워드를 발표해왔습니다.

올해 키워드로는 'Wag the dogs', 말 그대로 풀이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주객전도' 상황을 뜻합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10개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나> 소확행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1990년대 발간된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일본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행복을 위와 같은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부재가 반영된 키워드로 봐도 무방할 듯 한데요. 지리하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확실한 행복을 찾습니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거창하지도 않으니깐요.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둘> 플라시보 소비 (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번씩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혹은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올해는 이러한 플라시보 형태의 소비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 기능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심리적 만족을 더 우선시 하게 되는 거죠. 정서적으로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끼면 가격에 대한 저항이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 즉 가성비 보다 '가심비(價心比)'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하네요.

(사진은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셋> 워라밸 세대 (Generation 'Work-Life-Balanced')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생활을 뜻합니다. 1988년생 이후부터 이제 갓 사회로 진입한 1994년생까지를 워라밸 세대로 규정합니다. 소위 말하는 신세대 직장인은 자신과 여가생활,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삶을 균형있게 조정하죠.

워라밸을 추구하는 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단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며, 회사에 내 삶을 올인하지도 않죠. 부모세대에서는 개인을 희생하며 집단 이익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면 그만큼의 보상도 따랐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깐요.

칼퇴를 통해 '저녁 있는 삶'을 원하고 어느때보다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취업은 '퇴직준비'와 동의어로 사용되며, 직장 생활은 소중한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 정도로 생각합니다. 

넷>언택트 기술(Technology of Untact)

유통업계에서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지 않는 삶'이 올 것으로 보이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contact)이 줄어들고, 어디를 가든 모니터 화면과 조우하며 살아갑니다. 벌써 우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직접 햄버거를 주문하고, 24시간 일대일 상담이 가능한 쇼핑몰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죠. 언택트 기술의 장점으로는 대면상황으로 인한 불필요한 피로감을 줄여주며,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쉽고 빠른 소비를 가능케 도와줍니다. 반면 노동시장의 변화와 일자리 감소 등이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롯데리아가 운영중인 무인주문기. 사진은 롯데리아 제공)
다섯> 케렌시아 (Hide Away in Your Querencia)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숨을 크게 한 번 고릅니다. 스페인어인 '케렌시아'의 원뜻은 바로 이러한 공간을 의미하는데요. 현대에서는 나만이 알고 있는 아늑한 휴식 공간을 뜻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휴식하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취미와 창조활동을 위한 공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니프로젝터를 구입해 내 방을 작은 영화방으로 꾸미거나, 아지트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봅니다. '수면카페'나 '힐링카페' 등에서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대나무숲'이나 '블라인드' 등의 익명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해 기쁨을 누리기도 하죠.

여섯> 만물의 서비스화 (Everything-as-a Service)

'만물의 서비스화'란 서비스가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서비스를 더 이상 부가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제품차별화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현상인데요. 사람들은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지갑을 열게 됩니다. 일례로 자동차를 고를 때 내부 서비스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가 구매를 굳히는 결정요소 라는 거죠. 자동차가 단순히 운송수단이 아니라 '서비스 단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은 제품의 기능이나 미학적 즐거움이 아닌 서비스의 질에 달려 있다는 시각입니다.

일곱> 매력의 시대 (Days of Cutocracy)

"이렇게 귀여운데 안 만들 이유가 없어요." 지난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가 핫 아이템으로 등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카카오 체크카드는 카카오프렌즈의 귀여운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으로 젊은 층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발급 신청이 줄을 이뤘습니다.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매력'은 필수요소이지요.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자기만의 강점을 극대화해 디자인에 신경 쓴 제품이 경쟁력을 얻는 시대입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제공)
여덟> 미닝 아웃 (One's true colors 'Meaning Out')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갑니다. '미닝 아웃'은 바로 이런 자신의 주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비 전망을 의미하는데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떤 분야에서든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meaning)를 '커밍아웃' 하는 이른바 '미닝 아웃'이 대두 되고 있습니다. '미닝 아웃'의 표현방식으로는 SNS에 해시태그를 통해 자기 관심사를 드러내기도 하고, 의미를 담은 굿즈들을 소비함으로 자신의 신념을 말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소비를 통해 부를 과시하던 시대는 저물고 신념을 표출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마리몬드 제공)
아홉> 대안 가족 (Gig-Relationship, Alt-Family)

랜선이모, 티슈인맥, 뷰니멀족, 버그아웃족, 싱글웨딩, 결혼인턴제, 졸혼까지…. 모두 새로운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대인관계에 구속되지 않고 대안관계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가족관계의 종류를 '대안 가족'이라 부릅니다. 반려동물과의 교감, 가장 확실한 관계 맺기라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거부, 결혼은 했지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

관계의 본질은 심도가 아니라 애착과 소통의 욕구를 누가 충족 시켜 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인간관계 입니다. 고립은 원하지 않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대안 가족'을 통해 자신만의 최적의 관계를 찾아가는 방식이라 볼 수 있죠.

열>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Shouting out self-esteem)

개인이 원자화 되면서 '나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대. 스스로는 자존감을 견고하게 구축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케 하는 자기계발서가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합니다.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해석들이 등장하면서 동시에 상대적으로 자신의 자존감의 '안녕'을 물어 봅니다.

(사진은 JTBC '한끼줍쇼' 방송화면 캡처)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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