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표준사전 톺아보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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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국어사전, 게다가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이라면 잘못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부산일보> 독자라면 다 아시다시피, 이 난에서 지적한 오류만 해도 적지 않다.

*속이 차서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배추가 속이 차서 단단하다.)['단단하다' 뜻풀이와 보기글]

*과일 따위가 그리 크지는 않으나 고르고 야무지다.['대그르르하다' 뜻풀이]

*물건이나 몸이 실하고 야무지다.(든든한 밧줄로 묶어 두어라.…)['든든하다' 뜻풀이와 보기글]

표준사전에 실린 이런 뜻풀이와 보기글은, 같은 사전 '야무지다'의 뜻풀이 앞에서 부정당한다.

*야무지다: 사람의 성질이나 행동, 생김새 따위가 빈틈이 없이 꽤 단단하고 굳세다.(고 녀석 참 야무지게 생겼군./그는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 사람이다./…)

야무지다를 '사람'에게 쓴다고 정의하고도 표준사전은 '배추, 과일, 밧줄' 따위에 이 말을 썼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검치호(劍齒虎): 고양잇과의 화석 동물. 크기가 사자만 하고, 사벌형의 송곳니가 특징이다.…북아메리카의 남부에 살았는데 제삼기 말에서 경신세(更新世)에 번창하였다.

이 뜻풀이에 나온 '사벌형'과 '경신세'는 표준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몰라서 찾는 사전인데, 풀이를 봐도 뜻을 알 수 없게 돼 있는 것. 경신세 대신엔 이런 말들이 실려 있는데….

*갱신세(更新世): =플라이스토세.

*플라이스토세: 신생대 제사기의 첫 시기. 인류가 발생하여 진화한 시기이다. 지구가 널리 빙하로 덮여 몹시 추웠고, 매머드 같은 코끼리와 현재의 식물과 같은 것이 생육하였다. =갱신세·최신세·홍적기·홍적세.

*세(世): 지질 시대를 구분하는 단위. 기(紀)보다 작은 단위로 갱신세, 최신세, 충적세 따위가 있다.

이러니 '경신세, 갱신세'를 같이 써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경신세'를 잘못 쓴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삭발(削髮): 머리털을 깎음. 또는 그 머리.

*이발(理髮): 머리털을 깎아 다듬음.

머리털만 깎으면 삭발이고, 다듬기까지 하면 이발이라는 얘기다. 한데, 그러면, 머리를 빡빡 깎는 건 무어라 하는 걸까. 참고로, '표준'이 아닌 어느 사전엔 삭발이 '길렀던 머리를 빡빡 깎음, 또는 그러한 머리'로 풀이돼 있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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