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 표류' 시름 깊어지는 선망·어시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협상 1년 7개월째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대형선망업계와 부산공동어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 2일 열린 올해 첫 경매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새해가 밝았으나 1년 7개월째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한일어업협정이 여전한 입장차로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등어 어획실적이 부진했던 대형선망업계와 10년 만에 위판액 최저치를 기록했던 부산공동어시장은 한일어업협정 타결이 계속 미뤄져 올해도 최악의 한해를 보내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일본 측과 과장급 비공개 실무회의를 열었다. 2016년 6월 한일어업협정 결렬 이후 일본과 9번 째 접촉이다. 양국은 지난달 회의에서 협정 타결시점부터 2019년 6월까지 어획 할당량과 어선 규모를 논의했다.

2016년 6월 이후 19개월째
한·일 입장차로 협상 '난항'

지난달 27일 서울 실무 회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

대형선망·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10만t 붕괴 우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도 양국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별 다른 소득은 없었다. 일본 측은 여전히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는 우리 갈치잡이 연승 어선을 현재 206척에서 73척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승 어선은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물고기를 잡는 배를 말한다. 갈치 연승 업계는 주로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일본 EEZ까지 들어가 갈치를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이런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과 향후 협상 날짜와 장소를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면서 "갈치에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구체적인 협상 계획과 전략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새해에도 한일어업협정 타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일본 EEZ에서 고등어를 잡는 부산의 대형선망 업계와 고등어가 위판 물량 상당수를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선망의 경우 2015년 일본 EEZ에서 조업한 고등어 물량이 전체의 9%(약 200억 원)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EEZ에서 조업을 아예 하지 못한 지난해는 고등어류 어획량이 10만t 선에 간신히 턱걸이한 10만 908t으로 집계돼 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10만t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등어 어획 부진 여파로 전국 최대 규모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 역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위판물량은 13만 8524t으로 2016년보다 24.5%나 줄었다.

이는 또 위판물량 15만 1187t을 기록했던 197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고등어 위판량은 7만 1446t으로 2016년보다 무려 34%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공동어시장의 위판액도 2680억 원을 기록,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000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부산의 한 대형선망 선사 관계자는 "새해에도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암담하다"며 "정부가 협상에 잘 임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올해 위판물량은 18만t, 위판금액 3100억 원을 목표로 설정했다"면서도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답답해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