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 與 입당까지 챙긴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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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하셨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남 거제에서 만난 권민호 거제시장을 만나 한 말이다. 이날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현장을 떠날 때 도열해있던 권 시장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 말을 건넸다고 한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권 시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나기 직전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권 시장은 "대통령께서 어떻게 아시고 입당 문제를 언급하셨는지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입당하셨어요?" 인사말
PK 선거 이슈 꿰고 있어
필승 메시지 직간접 전달
유력후보 출마 압박 클 듯

현장에 있었던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사람과 인사 하면서 지나치듯 하신 말"이라며 "권 시장의 입당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 없는 그야말로 인사말"이라고 했지만, 이 장면으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평가다. 문 대통령이 기초단체장의 입당 문제까지 파악할 정도로 PK 지방선거의 여러 이슈를 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청와대와 여권의 PK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PK 선거 승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이 PK 지방권력 교체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진 필생의 과업인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적 결과물로 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해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자신의 고향이자 조선 산업의 메카인 거제를 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향 거제에 오니, 바다를 향한 대한민국 조선업의 꺾이지 않는 기상을 본다"며 조선산업 부활을 위한 총력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의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해양강국 육성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자 오랜 신념 아니냐"면서도 "PK 주력산업인 조선산업이 무너지면서 팍팍해진 지역 민심을 보듬으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각종 연설문 등에서 '고향'을 언급하며 PK에 대한 애정을 수시로 드러내는 데에도 이 같은 '심모원려'가 담겼다고 해석한다.

문 대통령이 이 처럼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PK 선거 승리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 보이면서 여권의 PK 총력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PK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최근 경남도지사와 부산시장 선호도 조사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인 경남의 김경수 의원이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당내 출마 압박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관련 김 장관은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올해는 해수부 업무에 전념하겠다"며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될지는 모른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전창훈·김민진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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