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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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의 유행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가즈아'다. '가자'라는 말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늘려서 발음한 것을 그대로 표기한 것인데, 가장 먼저 사용된 곳은 스포츠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이기기를 응원하며 '파이팅'에 해당하는 영어 'Go'를 번역한 '가자'를 변형해 쓴 것이 출발로 알려져 있다.

'가즈아'가 본격적인 유행어가 된 것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투자자들이 매입한 가상화폐의 시세가 오를 때 좀 더 높은 가격까지 올라가기를 바라며 주문처럼 이 구호를 외쳤다. 목표 가격이 3000만 원이면 '3000 가즈아'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가즈아를 좀 더 강조하고 싶으면 '가즈아ㅏㅏㅏ' '가즈아∼∼∼' 등으로 길게 늘려 표기하거나 느낌표(!)를 여러 개 붙이기도 한다.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말에서 여러 쓰임새로 진화를 거듭해 가격이 폭락한 경우엔 이를 비관해 '한강 가즈아'가, 지난해 말 정부 가상화폐 규제 대책이 나왔을 때 항의의 의미로 '광화문 가즈아'라는 말이 나왔다.

가즈아의 인기는 이제는 가상화폐 관련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도 퍼지고 있다. 어떤 일이 잘되기를 바라거나 자신의 소망을 표현하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카카오톡은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로 '이공일팔 가즈아ㅏㅏㅏㅏ'를 배경화면에 표시했다. 연말연시 건배사로도 심심치 않게 쓰였다. 가즈아 열풍은 우리나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외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가즈아를 영어로 표기한 'Gazua'란 말을 사용하고 있어 국제적인 유행어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한 가상화폐 창업자는 자신의 가상화폐가 상승하기를 기원하며 지난해 말 트위터에 'Gazua'란 단어를 올렸다.

가즈아가 이제는 정치권에까지 진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국민의당 중앙당 시무식에서 건배사로 외친 구호가 '국민의당! 가즈아!'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안 대표의 가즈아는 '통합 가즈아'일 테지만 그 결과가 '떡상'(가격이 엄청나게 오른다는 의미의 가상화폐 관련 유행어)일지 '떡락'(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다는 의미)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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