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업 100년 프로젝트] 10. ㈜동신유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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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먼저 투자, 세계 무대로 재도전"

동신유압 김병구 대표가 100년을 위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동신유압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 올해 2018년은 100년을 향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해다. 동신유압은 1967년 국내 플라스틱 산업이 개화하기도 전에 설립된 한국 사출성형기 제조의 상징적인 기업이다.

사출성형기로 명성이 높았던 동신유압은 지난 8년간 수출을 하지 않았다. 김병구 대표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 한국은 그리고 동신유압은 저가 경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중국이 떠오르자 한국의 경쟁력은 사라졌다.

50년째 사출성형기 한 우물
8년간 수출 멈추고 내실 다져
수출 비중 70% 달성이 목표

신입사원부터 연봉 차별화
결재 때 앉을 의자까지 배려

"예전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상태였지만 옆으로 고기 패티도 보이고, 토마토도 보였다. 지금은 빵들이 커져 아예 안 보인다. 고기 패티를 키우던, 굵기를 크게 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해요."

김 대표의 말처럼 수출을 멈췄던 8년간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고기 패티를 키우던 시기였다. 기능에만 집중하던 사출성형기에 디자인을 입혔다. 기술도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국제전시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워낙 기술력으로 인정받았던 동신유압이었던 터라 8년 만에 세계무대로 나선 행보는 뜨거운 이슈였다.

김 대표는 "원래 우리 수출 비중이 30% 정도 차지하다 이를 없애니 몇 년간 매출이 하락세였다"며 "다시 해외 시장에 나서는 만큼 수출 비중을 70%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6년 11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4만 4000㎡ 부지에 공장을 이전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의 표현. 창원공장은 기존 공장의 3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8년간 기술 개발만큼이나 김 대표가 집중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김 대표는 다르게 봤다. '열정' '끈기' '절실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 중소기업에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 외로워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나이 많은 선임자들이 함께할 생각보다 '욕'부터 하는 문화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가까운 이도 없는데 욕까지 먹으니 일할 기분이 나겠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동신유압의 인사 시스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신유압의 신입사원은 연봉이 모두 다르다. 이들의 연봉은 수습 기간을 마친 뒤 하는 프레젠테이션에 따라 결정된다. 심지어는 탈락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가 석 달간의 수습 기간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직원이라는 것. 그리고 수습 동안 잘 배웠다는 것은 사수와 사이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그래서 이는 곧 사회성이기도 하다. 실제로 프레젠테이션에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곧잘 보인다.

또 인사고과에는 '칭찬하기' 항목이 있다. 이는 한 달에 한 번씩 누군가를 칭찬하면 기본 점수를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점수는 칭찬을 받는 횟수다. 칭찬을 받는 사람이 일을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칭찬을 해야 서로 대화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란다. 점심시간 족구장에서 보인,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사원이 볼 보이가 아닌 공격수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족구장뿐만 아니라 탁구장, 헬스장, 북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도록 돕는다. 김 대표도 스스로 격을 낮춘다. 스마트 모빌리티를 타고 공장을 다니고, 자신의 사무실 청소도 스스로 한다.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자신의 자리 앞에는 보고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보통 대표의 결재를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볼 수 없다. 굳이 서 있을 필요도 없고 앉아야 편하게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문화 덕에 동신유압은 올해 16명의 수습사원을 받아 13명을 정식 채용했다. 실제 3명은 수습 기간에 성적이 좋지 않아 계약을 못 했으니 사실상 이탈자가 없는 셈이다. 김 대표는 "젊은 직원이 좋아하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100년을 준비할 수 있겠냐"며 "앞으로도 좋은 회사 분위기를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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