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한·중·일이 함께 해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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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청소년들이 지난 23일부터 이틀 동안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이키시마에서 열린 '2017 해양 쓰레기 교류 사업'에 참가해 이키시마 해변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모습.

"바다의 작은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을 먹습니다. 이어 물고기가 이 생물을 잡아 먹습니다. 여러분이 먹는 물고기에도 상당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현 이키시마에서 열린 '2017 해양 쓰레기 교류 사업' 행사장. 이 자리에 모인 한·중·일 청소년 100여 명은 한국해양대 환경공학과 채규정 교수의 강연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일부 학생은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이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日 이키시마서 '교류 사업'
3국 청소년 100여 명 모여
"미세 플라스틱 문제 심각"
"세 나라 협력이 가장 중요"

채 교수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2억 8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1인당 연간 사용량은 42㎏에 이른다. 이중 30%는 잠시 사용됐다 바다에 버려지고, 이런 쓰레기가 전체 바다의 40%를 뒤덮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외선에 쉽게 분해되는 미세 플라스틱. 채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결국 지구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켜 인류도 파멸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들어 정치적인 갈등 때문에 관계가 더 멀어진 한국과 중국, 일본. 하지만 지난 주말 일본 나가사키현 이키시마에서 세 나라의 청소년들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는 한·중·일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교류 행사를 통해 세 나라 미래 세대가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씨앗을 뿌렸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이날 채 교수에 앞서 일본 규슈대 생태공학연구실 세이노 사토코 교수는 '해양 표착물' 관련 강의를 40분 동안 진행했다. 세이노 교수는 특히 동북아시아를 흐르는 쿠로시오 난류 등 각종 해류를 통해 삼국의 바다 쓰레기가 일본 해안가로 몰려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양 쓰레기는 단일 지역이나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서 국가, 국제 협력의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뒤 부산의 성모여고, 해운대여고, 한국해양대 학생들과 경남 마산에서 온 무학여고 학생들은 일본, 중국의 참가자들과 함께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양 오염 실태와 환경동아리 활동을 설명하는 발표를 이어 갔다. 특히 무학여고 학생들은 마산만 오염 역사와 실태를 전하고,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기울인 노력까지 상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모든 발표를 마무리지은 뒤 한 테이블에 섞여 앉아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테이블마다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영어가 한데 섞인 진풍경이 벌어졌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려는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 나라 학생들은 이날 행사장에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이키시마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함께 치우며 우정을 쌓기도 했다.

해운대여고 김도연(18) 양은 "중국, 일본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 가장 기뻤다"면서 "특히 앞으로도 이 분야 국제 교류가 활발히 진행돼 깨끗한 바다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학여고 김현주(18) 양은 "다른 나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둘째 날까지 긴장을 많이 했는데, 친구들과 해양 쓰레기 토론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며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회수하는 것보다 한·중·일 3국이 노력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키시마(일본)/글·사진=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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