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춘문예-시조] 무사의 노래/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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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노인호 기자 nogari@

갑옷도 투구도 없이 전장으로 오는 장수

식당 문 왈칵 열며 "칼 좀 가소, 칼 갈아요"

허리춤 걷어 올린 채 이미 반쯤 점령했다


무딘 삶도 갈아준다, 너스레를 떨면서

은근슬쩍 걸터앉아 서걱서걱 칼을 민다

삼엄한 적군을 겨누듯 눈은 더욱 빛나고


칼끝을 가늠하는 거친 손이 뭉텅해도

날마다 무림고원 시장골목 전쟁터에서

비릿한 오늘 하루를 토막 내는 시늉이다


적군이 퇴각하듯 자꾸만 허방 짚는

가장의 두 어깨가 칼집처럼 어둑해도

생의 끈 날을 세우며 바투 겨눈 하늘 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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