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40~50대男, 부산 고독사 상당수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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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독사가 발생한 부산의 한 월셋방 앞 골목. 월셋방 앞에는 오가는 이들이 많아 쉬어 가라며 구청이 설치한 벤치가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고독사의 80%가 남성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보다 40~50대 중장년층이 많아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산 최근 발생 80%가 남성 집중
노인보다 중장년층 비율 더 많아

혼자 고민 떠안는 남성 성격 영향
지역사회로 끌어낼 지원책 절실

■가족 있어도 주검은 남이 발견

지난 9월 초 부산 동구 한 여관에서 투숙 중이던 50대 A(56)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오래 전부터 간 질환을 앓아왔지만 술을 끊지 못했다. 결국 발견 이틀 전 술을 마시다 쓰러진 A 씨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하루 전에는 서구 한 여관에서도 60대 남성 B 씨가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됐다. 하루 사이 발생한 2건의 고독사 주인공은 모두 중장년 남성이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최근 진행한 '부산지역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복동 연계방안 연구'에 따르면, 올해 6~10월 5개월 동안 부산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모두 36건으로 이 중 83.3%(30명)가 남성이었다. 연령별로는 51~64세가 47.2%(17명)로 가장 많고 65세 이상 36.1%(13명), 41~50세 13.8%(5명) 등의 순이었다. 홀로 사는 노인일수록 고독사 위험도가 높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중장년층(41~64세)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남성은 절반 이상이 40~50대 중장년층이었던 반면 여성은 노인층이 대부분이었다.

A 씨처럼 고독사 사망자 대부분은 생존 당시 질병을 앓고 있었다. 당뇨, 고혈압, 암, 치매, 간질 등 한 가지 이상 질병에 시달렸던 이가 30명(83%)에 달했고, 절반이 넘는 20명(55.5%)는 알코올 의존증을 갖고 있었다. 2명 중 한 명꼴로 기초생활수급자(17명·47.2%)였다.

고독사 사망자 중 상당수(25명·75.0%)는 가족이 있었지만, 최초 발견자가 가족(친지)인 경우는 5건에 불과했다. 여관주인이 최초 발견자였던 A 씨와 B 씨처럼, 사망자 대부분은 집(여관)주인(12건)이나 공공기관(10건)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시점은 4~7일이 15명(41.7%)으로 가장 많았고, 2개월 이상과 15~30일도 5명씩(13.9%)이었다.

■털고 푸는 여자, 숨기기 바쁜 남자

중장년 남성 사망자 비율이 높은 현상은 지난해 무연고사 현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91명 중 신원미상자 11명을 제외한 80명을 살펴보면 남성이 55명으로 전체의 68.8%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도 40~64세가 56명(70.0%)으로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전국 시도별로는 제주(86.4%)가 남성비율이 가장 높았고 서울(86.3%), 대전·전남(83.3%), 충남(82.0%)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여성보다 남성의 고독사 비율이 높은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의 성별 차이를 꼽는다. 여성은 문제가 생기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공유하는 반면, 남성은 혼자 떠안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부산복지개발원 조미정 연구원은 1970년대부터 고독사 문제를 다뤄온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특히 중장년 남성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조 연구원은 "일본 역시 고독사 사망자 중 남성 비율이 높은데, 이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여성과 달리 참여율이 높지 않자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며 "중장년층을 위해 특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 들어 부산에서 고독사가 잇따르면서, 본보 기획보도 등을 통해 40~50대 중장년층이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사상구는 두유배달원이 중장년층 가구 배달과 함께 안부를 챙기도록 하는 등 중장년층 고독사 예방 필요성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아직 '고독사' 정의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발견장소가 자택이고 돌봐주는 이 없이 혼자 쓸쓸히 사망해, 상당 기간 지난 뒤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로 보고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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