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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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석학 피터 드러커가 '세계 경제사를 바꾼 대혁신적 발명품'이라 격찬한 것, 그런데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는 것. 볼품 없이 커다란 철제 직육면체. 바로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규격화한 용기, 컨테이너다. 폭 8피트, 높이 8.5피트에 길이는 20피트(약 6m)와 40피트(약 12m) 두 종류가 널리 쓰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 길이 20피트짜리다. 컨테이너의 개수를 세는 단위인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가리킨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컨테이너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운송업자 말콤 맥린이다. 화물 운송 비용 절감을 위해 트럭을 통째로 배에 싣는 방법을 연구하다 트럭의 화물 박스만을 분리해 싣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데 착안했다. 1956년 유조선을 개조한 아이디얼X호로 35피트 길이 컨테이너 58개를 미국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한 것이 컨테이너 운송의 시작이다. 맥린은 이후 모든 국가의 컨테이너 표준화에도 기여했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그 공로로 그를 '20세기를 바꾼 15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컨테이너가 가져온 것은 표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다.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 안에 수송할 화물을 넣음으로써 화물의 선적과 하역에 드는 비용과 시간, 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것은 물론 선박의 공간 효율을 높여 화물 적재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저렴한 비용으로 화물의 대량·원거리 수송을 가능하게 만들어 세계 경제의 구조 자체가 교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폭제가 된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해상 화물 수송의 90%를 컨테이너가 담당할 정도로 컨테이너의 시대다.

수출을 통해 성장을 이뤄 낸 한국 경제에도 컨테이너는 엄청난 역할을 했다. 컨테이너라는 것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부산항 자성대부두가 문을 연 것은 한국 경제 성장의 출발이자 한국 경제가 거대한 세계 주류 경제에 편입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6일 '부산항 컨테이너 2000만TEU' 시대가 열렸다. 1978년 첫해 50만여 개이던 컨테이너 물동량이 39년 만에 40배 늘어난 것이다. 새 시대를 맞은 부산항,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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