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적폐 수사 신속히 매듭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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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호 변호사

15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마침내 발부되었다. 우 전 수석은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있던 인물이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검찰의 적폐 수사는 탄력을 받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도 분명히 있다. 검찰이 한 인물에 대해 이토록 집요하게 수사를 해서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전례가 과연 있었나 싶다. 우 전 수석에게 잘못이 없다거나 그를 두둔하고자 함이 결코 아니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한쪽에겐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안도감을 주었을지 몰라도 다른 한쪽에겐 표적으로 찍히면 끝까지 쫓아가 잡는다는 공포와 응징의 메시지를 줬다. 문제는 그 메시지가 현재진행형이며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차례 영장 청구 우병우 구속
끝이 보이지 않는 적폐 수사

불법 상응하는 처벌 당연하지만
적폐 청산 명분 정치 보복 안 돼

통합 위해 대범한 포용도 필요
미래지향적 국정 운영 기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문무일 검찰총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적폐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여당 의원 중 일부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질책했다. 그러자 대검은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의견이었다며 수습하기에 바빴다.

현장에서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 분위기다.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울중앙지검의 적폐 수사는 검사 87명이 동원돼 다섯 달째 이어지고 있다. 소속된 전체 검사의 약 35%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사 인력이다. 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방대한 검찰 인력이 투입된 적도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 민생 수사는 방치되고 있고, 일부 검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 임기 내내 적폐 수사만 하다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 정부는 이른바 촛불반정의 힘으로 탄생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무렵부터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 중 하나가 '적폐'와 '청산'이다. 검찰도 처음에는 청산의 객체인 적폐로 규정되었다가 특검을 이어받아 국정 농단 수사에 열을 올리며 청산의 주체로 변모했다.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며 적폐 수사에 동력을 보탰고, 여당은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을 깡그리 적폐로 몰아세웠다. 우 전 수석을 마지막으로 국정 농단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모두 구속됐다. 적폐 수사의 대상은 이전 정권으로까지 이어져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모든 역사와 인물에는 공과(功過)가 병존한다. 청산해야 할 적폐도 있지만 계승해야 할 성과도 분명히 있다. 설령 과오가 있을지라도 전체를 적폐로 매도하며 몰아세우는 것은 결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치밀한 계산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정치 보복을 자행하는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정권의 하명을 받은 검찰은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며 전방위 사정의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고 있다. 마치 제어 기능을 상실한 폭주기관차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무기력하다.

쌓인 폐단이 있으면 발본색원하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지사다. 불법을 행한 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는 것이 정의사회의 참된 모습이다. 그러나 때로는 통합과 발전을 위해 대범하게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범죄라는 환부를 발견할 때마다 모두 수사라는 메스를 들어 일일이 도려내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국가의 건강이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수술의 후유증만 남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과 정치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핵 위기로 위태로운 안보와 침체된 경제 속에 대한민국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은 채 적폐 청산에만 매달려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면 국가의 미래는 결코 전망이 밝지 않다. 하루속히 적폐 수사를 매듭짓고 통합과 협치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국정 운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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