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생각이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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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두 남자가 조난당했다. 두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은 각각 물 반병이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남은 물로 오랫동안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 남자는 구조됐지만, 다른 한 남자는 숨을 거뒀다. 왜 이런 다른 결과가 생긴 것일까?

숨을 거둔 남자는 물이 반병 남은 상황에 대해 '물이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일으켰으며, 불안으로 입이 마르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 남자는 물을 더 자주 마셨고 결국, 오래 버티지 못했다. 반면 구조된 남자는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했으며 덜 불안했다. 덜 불안했기 때문에 입 마름이 별로 없어 물을 더 적게 마실 수 있었고 구조됐다.

위 사례는 같은 상황이지만, 상황에 대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생각과 연결된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으로 인해 행동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기서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자동적 사고'라고 하며,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동적 사고를 '역기능적 자동적 사고'라고 한다. 역기능적 자동적 사고가 발휘되는 경우로는 우울, 불안,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게 올라오는 상황이나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후회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순간 떠오른 자기 생각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생각이 옳다는 증거는 무엇인지, 그 생각을 반박하는 증거는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할 수 있을 것인지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 보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에 '인지적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적 오류에는 과잉 일반화, 이분법적 사고, 당위적 진술, 그릇된 마음 읽기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보고하다가 말을 버벅거린 상황에서 '난 언제나 실수를 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사람에게는 과잉 일반화의 인지적 오류를 살펴볼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우리의 감정과 행동, 그리고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데 주목하고, 좀 더 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을 할 힘을 키우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정태영


정태영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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