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조선, 부산항 UP] 상. 반쪽 서비스·원정수리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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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t급 이상 국적선 99% '원정 수리'… 2020년 1000억 달러 시장 성장

부산 수리조선업의 고향인 영도구 깡깡이 마을 전경. 이제 대형 선박 수리조선단지를 조성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일보DB

세계적 조선 강국인 한국, 수리조선 분야에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감출 수 없다. 조선 산업이 활황을 띄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대형 수리조선사들이 모두 신조 시장으로 전환했다. 3만t 이상 대형선박을 고칠 국내 수리조선소가 없다.

부산항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높은 글로벌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수리조선단지 조성이 꼽히는 이유다.

90년대 세계 1위 수리조선업 
80여 중소형 조선소만 남고 
3만t 이상 수리조선소 '전무' 

중국·싱가포르 등 원정 수리 
2015년 국부 7000억 원 유출 

불황에 노후선박 비중 증가 
폭발적 수리 수요 대비해야

■명맥 끊긴 대형 선박 수리조선업

현대미포조선이 2004년 수리조선업에서 손을 뗀 이후 3만t 이상 대형 선박을 수리·검사할 수 있는 대형수리조선소는 국내에 없었다. 13년 만인 지난달 말 경남 고성에 있는 고성조선해양이 삼강엠앤티에 인수돼 3만t 이상 초대형 선박 수리·개조 전문 조선소로 출범하면서 겨우 명맥은 살아났으나 드라이 독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98년까지 20여 년간 세계 수리조선산업 1위였다. 이후 신조 시장 급성장, 선박 대형화 흐름은 중소형 선박 위주로 강세를 보이던 한국 수리조선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현재 국내에는 80여 개의 중소형 수리조선소가 있다. 대부분 수천 t급 소형 선박을 취급한다. 1만~3만t급 중형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곳은 부산과 광양에 있는 오리엔트조선 등 4곳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2~3만t급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조선소들도 플로팅 독에서 선박 외판 부식 제거나 도장 등 일부분에 대한 정비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주롱 항, 중국 다롄 항,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 등 세계적 항만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선박 이동이 많은 주항로에 위치한 항만은 선박이 접안한 동안 검사와 정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수리조선소를 운영한다. 선박은 2년 6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

아시아 권 114개 수리조선소 가운데 12만t급 이상 초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곳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76곳에 이른다.

■중국·싱가포르로… 떠도는 해운사

원정 수리로 인한 해운업계 불편이 가중되자 정부는 항만기본계획에 부산항 신항 동방파제 북쪽에 수리조선소를 계획했다. 2009년 일이다. 하지만 입출항 동선과 수리조선소 위치가 겹치자 입지를 남쪽 가덕도 백옥포 방향으로 옮겨 변경고시했다. 2015년 민간사업자 부산항신항수리조선㈜가 단지 조성 후 30년 간 운영한 뒤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업 추진 방식을 일부 변경해 지난해 다시 제출한 제안서에 대해 민자 적격성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항만기본계획 반영 이후 8년, 해운업계는 아직도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수리조선소를 찾아 다니느라 시간과 돈을 소모하고 있다. 내년 당장 착공해도 개장은 2022년에야 가능하다.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3만t급 이상 국적선 99%가 해외에서 수리했다. 최소 1738억 원, 최대 6957억 원의 국부가 유출된 것으로 해수부는 집계했다.

국내 선박의 해외 수리조선소 이용에 따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산항을 찾는 선박에 대한 '반쪽 서비스'가 결국 부산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 송양호 해양수산국장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력 높은 항만은 인근에 수리조선소와 연료기지, 선용품센터 같은 원스톱 서비스 코너를 마련해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며 "2000만TEU 시대를 맞은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량 유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수리조선산업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2010년 2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수리조선 시장은 2020년이면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근거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조선 수주량은 감소하고 노후선박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수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배기가스나 선박평형수 등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도 설비 개선 수요 증가의 원인이 될 전망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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