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낚시어선 출조현장 르포] "이혼 도장 찍고 가라…" 영흥도 사고 후 출조객 절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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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4시 50분 부산 다대포 성창항. 낚시객들이 낚싯배 승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일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1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1주일이 지나면서 부산 낚시 출조 풍경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출조인은 절반가량으로 급감했고 낚시업계도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10일 오전 4시 40분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성창항. 동이 트기 전 시간임에도 성창항은 수십 명이 저마다 낚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겨울이면 돔이 많이 잡히는 남형제도, 북형제도, 나무섬 등에 가려는 낚시꾼들이었다. 이날 정박된 7척의 배 중 6척이 출항했다. 승선원 명단을 현장에 있는 해경에게 제출하러 온 선장들은 저마다 "오늘은 인원이 너무 적다" "갯바위 낚시는 많은데 선상 낚시가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20여 척 붐비던 다대포 항구
달랑 9척에 100여 명만 올라

희생자 많이 나온 객실 기피
겨울 한파에도 갑판서 '덜덜'


성창항, 낫개항, 다대항 3곳에서 9척의 배에 106명이 몸을 싣고 낚시길에 올랐다. 다대포에서는 겨울철 주말이면 20여 척의 배에 200여 명이 첫 출조를 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가량 준 수치다.

이날 남형제섬으로 선상 낚시를 나간 김 모(52·북구 구포동) 씨는 "매일 나오던 꾼 몇 명이 집에서 만류해 못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며 "낚시를 가려면 이혼 도장 찍고 가라고 한다더라"고 말했다.

낚시꾼들이 출항 이후 배 안 객실로 들어가지 않는 보기 드문 풍경도 연출됐다. 보통 추위 탓에 선내로 들어가지만 7척 중 5척은 낚시꾼들이 갑판에 둘러앉은 채로 출항했다. 이날 승선원 명부 확인을 진행한 해경 관계자는 "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배 밖에 있는걸 보면 아무래도 영흥도 사고 때 선내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탓인 듯하다"고 말했다.

낚시꾼 숫자가 줄어들면서 항구 인근 낚시 가게들의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레저로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감했고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낚시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청사포 인근에서 낚싯배를 운항하고 있는 김 모(63) 씨는 "낚시가 레저로 자리 잡으면서 친구, 가족 단위 출조객도 많았는데 이번 주는 낚시동호회 예약뿐이었다"며 "2015년 돌고래호 사고 이후에도 낚시꾼이 급감했는데 다시 한번 가게로서는 위기다"고 한탄했다.

해경은 영흥도 사고 이후 해상 순찰을 강화하고 불시 검문 등 낚싯배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 인력이 적어 정밀한 단속이 어렵다. 갯바위 낚시 어선이 해상에서 승선 정원 초과를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완벽히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 해경의 한 관계자는 "출항 때마다 단속을 하기에는 어민 반발이 너무 심하다"며 "낚싯배 선장, 낚시꾼들의 해상 안전 의식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용·최강호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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