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일 '한끼의식사기금' 이사장 "구호활동엔 종교·국적·인종 차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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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구상에서 가장 버림받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을 도웁시다. 우리만 잘 산다고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잖아요?"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 인근에서 난민이 되어 고통받는 로힝야족을 돕는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한끼의식사기금 윤경일(58) 이사장이 말했다.

유엔이 인종 청소라고 비판하는 이 사태는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로힝야족과의 종교 갈등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실은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부터 비극이 시작됐다는 윤 이사장은 "정치적 논리로 판단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식수, 위생 시설, 식량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고통받는 65만 명의 난민을 돌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로 자원봉사하다
14년째 국제구호단체 운영
미얀마 로힝야족 돕기 모금


한끼의식사기금은 홈페이지(www.samsal.org)를 통해 긴급 구호활동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여느 국제구호단체와 달리 생소하기까지 한 '한끼의식사기금'은 부산에 본부를 둔 세계적 구호단체이다.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윤 이사장은 이 단체를 2004년 11월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발족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병원 진료를 마치면 본부가 있는 해운대구로 달려갑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실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죠." 윤 이사장은 자신을 14년째 '투잡족'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윤 이사장의 봉사는 청년 의사 시절부터 몸에 밴 생활의 일부였다.

밀양시 삼랑진읍 오순절 평화의 마을 진료 봉사를 17년 동안 매달 계속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외국인 근로자 인권센터에서 일요일마다 무료 진료를 4년간 하기도 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가 몹쓸 병을 얻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진료하면서 윤 이사장은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미국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으로 매달 100달러씩 보내던 창구가 막혀버렸다. "깜박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송금 창구가 이미 열린 걸 몰랐던 거죠. 그 일이 늘 마음에 걸렸죠." 윤 이사장은 더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구호단체를 만들 생각을 했다.

"본부 상근자가 겨우 다섯 명뿐인 미니 구호단체입니다. 하지만, 해외 지부만 3곳이나 됩니다. 실무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윤 이사장이 퇴근만 하면 본부로 달려가 무료 근무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기부금이 온전히 고통받는 사람에게 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 윤 이사장은 직접 구호 자금의 비중을 최대화하기 위해 실무 인력을 최소화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오직 더 많은 기금을 전하기 위한 방책이다.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지부 상근자들이 너무 열심히 합니다. 네팔 인도네시아엔 현지 NGO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빈민 여성과 파키스탄 카라지 빈민 지역을 도울 계획이다.

"정기 후원자가 4000명입니다. 좀 더 많아지면 종교, 성별, 나이, 국적, 인종 차별 없이 손을 내미는 풀뿌리 국제구호단체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어릴 때 부산으로 온 윤 이사장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에게 박애를 몸으로 배웠다. "명색이 제2의 도시인데 부산 본부 국제구호단체도 참 잘 하고 있습니다." 윤 이사장이 활짝 웃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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