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조선통신사,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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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부산시청과 영화의전당, 구남로 일원, 시내 호텔 등은 온통 '조선통신사' 일색이었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 기념 홍보 전시회가 부산시청 1층 통로에서 열리고 있다(12월 8일까지). 기념 축하공연은 구남로 일원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및 야외 광장에서 펼쳐졌다. 파크하얏트 호텔에서는 기념 패널토론과 축하 만찬이 개최됐다.

특히 해운대 구남로에서는 시모노세키시 바칸키헤이타이 등 일본 6개 시 9개 단체가 자비로 참가해 열기를 고조시켰다. 영화의전당에서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부산시립무용단, 국악인 남상일, 부산예술단 등이 참가해 조선통신사를 주제로 한 특별 기념 공연을 열었는데 '여명'이란 타이틀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 단체 바칸키헤이타이의 신명 나는 요사코이 단체 공연도 이어졌다. 한마디로 한·일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사실 조선통신사 기록물 333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일 양국의 민간과 지역 차원에서 이룩한 쾌거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와 중앙 정부가 나선 것이 아니라 부산문화재단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연지연락협의회 관계자들이 중심이 돼 조선통신사 행렬 축제와 학술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양국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한 것은 당연했다. 화합의 장이 마련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양국의 정치외교적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산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후쿠오카시가 이달 중 고위급 공무원을 부산시에 보내 일본 내 소녀상 반대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5년 말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부산시민이 주체다. 민간의 평화적 열망과 국가의 폭력적 정치가 교차하고 뒤섞이며 발산하는 온도 차가 크다.

기념행사 만찬장의 구호는 '하나로 미래로'였다. 진정으로 함께 미래로 나가기를 희망하는가. 2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한·일 양국 성신교린(誠信交隣)의 기적을 낳게 했던 조선통신사의 '평화 유전자'를 되살려 내기를 바란다. 그 문화적 유산 속에 길이 있다. 경색된 한·일 외교에 물꼬를 트고, 험악한 정세의 동아시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신(新)조선통신사'의 행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만찬장에서 터져 나온 "지금부터 시작"이란 또 하나의 외침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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