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배경 소설, 왜 만나기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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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김언수의 소설 <하구>의 배경 장소인 낙동강 하구 모습. 부산일보DB

"낙동강과 같은 장소애(場所愛)와 장소성을 일상에서 체현(體現)할 때, 인류의 소중한 창작유산으로 향유될 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

함정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열린 동아대 인문역량강화사업단과 석당학술원 주최 '기록·창작·문화유산 글로컬 헤리티지' 국제학술대회에서 '서부산권 창작유산의 장소성과 서사 미학 -낙동강 하구와 센강 하구의 서사 창작 사례와 확장 가능성'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함정임 동아대 교수 발표 
센강 배경 작품과 비교 분석 

장소애·장소성 일상서 체현
'모래톱 이야기' '하구' 등 
소중한 창작 유산 탄생

함 교수는 특정 장소에 대한 소설가의 사랑을 '장소애',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다른 어떤 도시의 장소와 대체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닐 때 그것을 '장소성'이라고 명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낙동강 하구와 프랑스 센강 하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창작 사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서부산권 소설 창작의 실상과 미래의 과제를 확인케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함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부산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대저와 구포역을 무대로 한 조명희의 '낙동강'(1927)을 시작으로 낙동강 하구 조마이섬을 다룬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1966), 이문열의 '하구'(1981),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1994)를 통해 명맥을 이어간다. '모래톱 이야기'는 지역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조명을 받은 작품이지만,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를 통해 이문열의 대표작 <젊은 날의 초상> 3부작 중 하나인 '하구'가 지금은 사라진 하단 포구 일대의 장소가 실감 나게 묘사된 작품이란 사실이 알려진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함 교수는 평가했다.

이후 아미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함정임의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2012)과 하굿둑과 명지를 다룬 김언수의 '하구(河口)'(2013) 등의 소설이 생산되지만, 서부산권 배경의 창작 소설은 한국 소설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함 교수는 지적했다. 부산발전연구원에서 2016년 펴낸 <서부산권 인문문화자산 발굴 연구>와 함 교수 조사에 따르면 단편과 중편, 콩트까지 모두 합쳐 10여 편(2017년 11월 20일 현재, 표물 참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수많은 작품이 창작 발표된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과 센강 하구 일대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소설 속에 초대돼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컨대 소설가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를 비롯해 모파상의 단편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마담 보봐리>는 노르망디 주 동부의 루앙과 그 인근 작은 마을 리(Ry)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으며, 모파상의 단편 '쥘 삼촌'은 센강 하구 르 아브르 항의 선창가와 바다를 생생하게 안내하고 있는 등 이들 대부분의 작품이 노르망디와 센강 지역의 장소애와 장소성을 잘 살리고 있다.

함 교수는 "이곳을 배경으로 창작된 소설들이 프랑스 전체 지방과 비교할 때 유난히 세계 소설사에 많이 등재되고 있는 것은 탐구의 대상"이라며 "젊은 창작 주체들이 낙동강 하구의 장소들을 적극적으로 소설 속에 호명하려면 장소애가 충만한 장소성을 삶의 역사로 체현하며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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