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수기 물에서 바퀴벌레 다리"… 제조사·생수업체 모두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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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가구점 냉온수기에서 나온 물에 바퀴벌레로 추정되는 곤충의 다리와 몸통 등이 담겨 있다. 독자 제공

부산의 한 가구점에 설치된 냉온수기 물에서 바퀴벌레로 추정되는 곤충의 몸통과 다리가 나왔다. 직원뿐 아니라 가구점 손님까지 끔찍한 '바퀴벌레 물'에 노출된 상황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정수기 제조사와 생수 제공업체 등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일 오후 부산의 한 가구점 직원 A 씨는 퇴근하기 전 목이 말라 냉온수기에서 찬물을 종이컵에 따랐다. 그러나 물을 마시려 입에 컵을 댄 순간 아주 작은 크기의 까만 이물질이 떠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기분이 찜찜했던 A 씨는 물을 버렸고, 다음 날 다시 컵에 물을 따랐다. 그런데 끔찍하게도 컵에서 바퀴벌레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다리와 몸통, 머리 등이 보였다. A 씨와 직원들이 모두 이를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산 모 가구점 직원들 경악
원인 확인 안 돼 보상 막막

지난 2일 방역 업체인 세스코가 생수 업체로부터 의뢰받아 검사를 진행한 결과, 1~2㎜ 크기의 이물질은 바퀴류 곤충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정확히 언제부터 바퀴벌레가 냉온수기에서 나왔는지 몰라도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스껍다"고 말했다.

바퀴벌레가 나온 원인을 두고도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생수통에 원래부터 들어있었는지, 냉온수기 안에 있다가 들어간 건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여서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가구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생수 업체 본사 관계자는 "일단 저희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라서 도의적으로 냉온수기 교체, 물 무료 제공 등의 조치를 했다"면서 "생수통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올 수는 없으며, 냉온수기 세척, 보관, 교체 등의 과정에서 바퀴벌레가 유입된 것으로 추측은 된다"고 말했다. 가구점 업주 B 씨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우리 가구점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없었다"면서 "'내 잘못은 아니다'라는 식의 업체 대응에 힘없는 소비자들만 피해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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