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찾은 길]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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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피셜 코리아/신기욱

나는 요즘 이른바 BMW족에 속한다. 버스(BUS), 지하철(METRO), 도보(WALKING)로 출퇴근하는 이를 이렇게 부르는가 보다. BMW족에게는 4덕이 있다. 첫째는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요, 둘째는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요, 셋째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요, 넷째는 오가며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1덕에서 3덕까지는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BMW족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덕이지만 4덕은 개인의 선택 여부에 따른 문제이다.

서두가 좀 장황해졌지만 나는 이렇게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독파한(?) 책이 올봄부터 지금까지 여남은 권이 넘는다. 그중에 최근에 읽은 것으로 <슈퍼피셜(superficial) 코리아>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피상적인 한국',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저자 신기욱은 대한민국을 한 마디로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겉치레만 번지레한 사회, 관행을 내세우며 다운계약과 위장전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한민국이 이상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공공질서를 예사롭게 무너뜨리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오히려 대접받는 사회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한국 출신으로 30년 만에 교환교수로 와서 살아 본 1년간의 소회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솔직히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다. 밖에서 살던 분이 우리의 현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다고…. 그러나 하나하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떠올라 더욱 가슴을 쓰리게 한다. 미국 사회가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그의 지적은 슈퍼피셜의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겉치레 중심의 사회이다 보니 직업에서도 사명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수는 연구로, 기업가는 기업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 없이 자리를 지키다 보니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졸부들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과 다름 속에서 새롭고 건강한 창조문화가 꽃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를 쓰고 동종문화, 끼리문화에 매달린다. 그렇게 되면 건강하고 창조적인 문화가 생산될 수 없다. 자연생태계에서도 동종교배는 열성인자를 생산해 낸다. 보스턴대학, 스탠퍼드대학 등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은 본교 출신 교수가 5%를 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문화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보다 솔직해져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종목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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