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뉴스&맨] ㈜오난코리아 진중헌 대표 "국민 손풍기, 디자인의 힘으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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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난코리아 진중헌 대표가 심플한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 아래에 있는 것이 '국민손풍기' N9-FAN이다.

올여름 '국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였던 N9-FAN의 탄생 배경에는 거치대가 큰 역할을 했다. 거치대의 등장으로 밖에서만 쓰던 휴대용 선풍기는 사무실에서는 미니 선풍기로, 야외에서는 본연의 손풍기 역할을 했다. 근데 이 기업이 '손풍기'만 대박 낸 것이 아니다. 이미 캠핑용 LED 랜턴으로 캠핑족 사이에는 '캠핑계의 애플'이라는 별명도 있다. 손풍기도, 랜턴도 모두 디자인 하나로 출시되자마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좀 '애플'스럽다.

휴대용 보조배터리 판매하다
연필꽂이 스타일 손풍기 도전

심플한 거치대 사무실서 인기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 1위

■샤오미는 위기이자 기회

㈜오난코리아는 원래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판매하던 회사다. 삼성과 노키아의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던 진중헌 대표가 중국의 휴대용 보조배터리 시장에서 힌트를 얻어 2013년 창업했다. 당시 보조배터리를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아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다.

2년간 안정적으로 판매가 진행될 무렵 문제가 생겼다. 바로 중국 샤오미 배터리의 한국 진출이었다. 당시 샤오미 배터리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 이유는 엄청난 용량을 가졌지만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샤오미는 보조배터리를 싸게 시장에 내놓아 인지도를 높이고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다른 제품을 파는 전략을 펼쳤다.

진 대표는 "우리도 보조배터리를 이용한 다른 제품을 팔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캠퍼들의 '애플'이 되다

진 대표가 생각한 첫 번째 아이템은 캠핑용 LED 랜턴. 진 대표의 취미가 캠핑인 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당시 캠핑용품들은 디자인보다는 성능 중심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디자이너 출신답게 진 대표는 캠핑용 랜턴의 굴곡을 없애고 매끈한 모양으로 심플하게 만들어냈다. 백패커들이 LED 랜턴의 굴곡 때문에 짐을 살 때마다 거추장스러워한다는 불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밝기는 그대로지만 크기도 줄이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LED를 사용했다.

단점은 오로지 인지도였다. 하지만 캠핑족의 입소문을 타고 ㈜오난코리아의 랜턴은 인기를 얻어 판매량이 20만 대를 훌쩍 넘겼다. 디자인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랜턴을 보조배터리처럼 사용할 수도 있게 하는 등 새로운 기능도 넣었다. 이러한 새로운 디자인 덕에 캠퍼들 사이에서 '캠핑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크기도 작고 휴대폰 보조배터리 기능까지 겸비했다는 입소문을 타고 2016년에는 일본으로 수출도 하게 됐다. 일본에서는 '재난용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거치대가 기적을 만들다

캠퍼들의 마음을 잡은 뒤 진 대표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아이템을 찾았다. 그게 바로 '국민 손풍기'가 된 휴대용 선풍기다.

원래 휴대용 선풍기는 10대 위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3월 모델을 출시했는데 문제가 터졌다. 5월에 휴대용 선풍기가 폭발해 학생 1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여파로 판매가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시 KC마크(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법정인증제도)를 배터리만 따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폭발 사고는 팬과 배터리 사이에 호환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상품 담당자들은 휴대용 선풍기 전체로 KC 마크를 받은 제품만을 골랐다. 원래 30여 개 업체가 경쟁했는데 10여 개로 확 줄게 됐다.

경쟁사는 줄었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굳어 있었다. 이를 녹인 것은 이번에도 디자인이었다. 오난코리아의 손풍기는 버튼과 USB 포트만 빼고는 다 없앴다. 그리고 거치대를 별도로 뒀다. 거치대는 손풍기가 외출용이 아닌 사무용으로도 가능하게 만들어 소비자 층을 10대에서 20~30대 직장인들로 넓혔다. 거치대도 '심플'했다. 그냥 연필꽂이 스타일이었지만 인기를 얻어 1년 만에 70만 대를 팔았고, 시장점유율 27.9%로 1위를 차지했다. 진 대표는 "사무용품은 깔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 통했다"고 말했다.

오난코리아는 최근 겨울용품 가습기를 출시했다. 출시 3일 만에 3000대를 다 팔았다. 1000대를 추가 생산했는데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다. 최근 플랜테리어(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유행한다는 것을 감안한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난코리아는 또다시 마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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