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아주라'
야구도시 부산의 사직야구장에는 그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독특한 응원문화도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아주라'다. '아이에게 줘라'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인 '아주라'는 파울 타구가 관중석에 떨어질 경우 그 공을 주운 관중에게 다른 관중들이 일제히 지르는 함성이다. '아주라'가 나오면 공을 주운 관중은 대부분 흔쾌히 그 공을 근처의 아이에게 준다. 야구공 하나로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동시에 미래의 야구팬을 만드는 것이다.
야구장에 있던 '아주라'가 부산시의 출산 지원사업이 됐다. 부산시가 내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이후 자녀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에 '아주라 새싹축하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년 예산으로 28억 원이 책정됐는데, 초등학교 입학 축하금 지급으로는 전국 최초라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그 밖에도 부산시는 출산지원금과 출산용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금까지 적립한 800여억 원의 출산장려기금을 활용해 매년 100억 원에 이르는 '아이·맘 플랜'이라는 출산 장려·지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출산지원금 지급은 이미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갈수록 출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고육지책이다. 2002년 충북 청원군에서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한 것이 최초인데, 지급 조건과 액수는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인천 옹진군의 경우 다섯째 이상에게 1000만 원을 일시불로, 전남 완도군은 일곱째 이상에게 일시금과 분할금을 합쳐 22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거액의 지원금을 주는 곳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인구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부산이다. 지자체의 출산지원금 제도가 인구 증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지금까지 부산시에도 출산지원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부산시의 출산 지원금 확대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고 그 액수 또한 타 지자체와 비교해 그리 많은 편도 아닌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사직야구장에서 울려퍼지는 '아주라' 함성의 의미는 미래 세대의 꿈과 희망을 위한 어른의 배려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부산시의 출산지원 사업이 야구장의 '아주라'처럼 인구 절벽에 부딪힌 부산의 미래에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