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이용하지 마!" 아파트 노인회 '황당 텃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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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노인회 소속 주민들과 노인회에 가입하지 못한 주민들이 '경로당 이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인회에 가입하지 못한 주민들은 "기존 노인회 측이 가입을 일부러 받아주지 않으면서 공공시설 이용권과 각종 혜택을 독점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A아파트  
전체 노인인구 800명인데 
회원 60여 명 외엔 출입금지 
가입 원해도 받아주지 않아 

비회원, 따로 노인회 만들고 
이용 시도하다 물리적 충돌


1600여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인 부산 해운대구 우동 A 아파트에는 지난 여름 기존 노인회 외에 추가로 노인회가 1개 더 생겨 총 2개의 노인회가 있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새 노인회에는 기존 노인회에 가입하지 못한 주민 190여 명이 신규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 아파트에 두 개의 노인회가 생긴 것은 기존에 있던 B 노인회에 가입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수년째 가입을 거절당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이 아파트 노인 190여 명은 지난 7월 C 노인회를 결성했다. 주민 김 모(77·여) 씨는 "이 아파트에 산 지 17년이 됐다"며 "노인회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한 것이 벌써 수년째"라며 불평했다. 또 다른 주민은 "B 노인회가 회원도 가려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회 회원이 아니면 경로당에 발을 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도 이 아파트 고령 주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주민 박 모(71) 씨는 "똑같이 아파트 관리비를 내면서 사는데도 공동 관리되는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고, 이에 노인회를 결성해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경로당이 2곳이 있다. 이들 시설은 아파트에 사는 65세 이상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도 자물쇠로 잠궈놓기 일쑤인 데다가, 사실상 B 노인회의 '회원'이 아니면 이용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의 전체 노인 인구는 800여 명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C 노인회 회원들이 경로당을 이용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B 노인회와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기존 노인회 측이 회원을 60여 명으로 제한하면서 각종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최 모(71) 씨는 "구청과 아파트 등에서 연 1000만 원 상당 운영 지원금이 나오고, 인근 교회와 상가 등지에서도 각종 협찬금과 물품 후원을 받고 있다"며 "노인회 가입 요구를 마치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의 경로당 운영규정에도 경로당 소재지를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의 주민등록지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누구나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아파트 내 경로당은 주민 공동시설로서 노인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 경로당 240여 곳이 있다.

이에 대해 A 아파트 B 노인회 회장 이 모(85) 씨는 "우리 노인회가 노인들의 경로당 출입을 막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다만 "사람이 너무 많으면 한 시설에 동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식사를 할 때 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노인회 가입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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