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 김종신 상임부회장 "부산 식품업체 우수성 인정받고 싶어"
"부산 식품 제조·유통업을 튼튼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지역 고품질 두부 제조업체 이앤에프 임원으로 일하며 학교·단체 급식 시장에서 대기업 횡포에 어려움을 경험한 김종신(사진) 씨. 질 좋은 재료로 위생 기준을 충족시키며 안전하고 맛있는 식품을 만드는 지역 식품업체들이 자본력 풍부한 대기업 앞에 무릎 꿇는 사례는 실제 심심찮게 목격된다. 문제는 그 실패 경험이 씁쓸하고 분한 개인사의 한 페이지로만 사그라지는 데 있다. 김 씨는 달랐다.
대기업 횡포 맞서 협회 창립
수제맥주 안주·커피사업 준비
안심급식지원센터 설립도 꿈
지역 식품 제조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연대 모임을 주창했고 2014년 협의회 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28개 업체가 참여하는 ㈔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가 창립됐다. 미역·다시마 가공과 천연 조미료 제조업체로 유명한 ㈜석하 서만석 대표가 회장을 맡았고, 김 씨는 상임부회장을 맡아 회원사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이끌며 사업 기획에 전력을 쏟는다.
지난달 부산국제음식박람회에서 회원사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경연을 연 것을 비롯해, 관광객들이 부산을 대표하는 우수 식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부산은 수제맥주와 커피로도 전국 어느 도시보다 경쟁력이 있거든요. 내년에는 수제맥주와 커피 관련 사업도 펼쳐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수제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를 개발하고, 수입 커피 원두 대부분이 부산항으로 수입되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토착 로스팅·가공 업체를 육성해볼 생각이다.
또 하나의 꿈은 안심급식지원센터 설립이다. 단순히 학교 급식 안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식품 제조·유통·케이터링 업체들이 대기업이나 다른 대형 업체에 휘둘리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이 바로 안심급식지원센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은 "전국 중소 식품 제조·유통업체들의 연대 조직 논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부산에 안심급식지원센터가 만들어지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 업체와 소비자들이 지역 우수 제조업체와 유통·케이터링 업체들의 상품을 한눈에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전시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지역 식품산업 뿌리가 튼튼해지면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와 고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김 부회장은 내다봤다.
지역 식품업체 수천 개 중에 '우수'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은 어떻게 부여된 것일까. "저희는 업종과 분야가 다양해 단일한 기준으로 심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정직과 위생안전, 경영자의 마인드, 이렇게 딱 3가지입니다."
현재까지 회원사 자격 시비가 불거지지 않는 것은 이 간단해 보이는 세 가지 조건의 심사가 꽤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식품업체가 부산에 꽤 많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사회화하는 시대. 김 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패와 고난을 공유하고 공생과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다른 분야에도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TV 여행프로그램 이름처럼 '뭉쳐야 뜬다'니까.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