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내 마음속 열정의 전구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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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기획 단체 '딸깍'은 4일 부산 중구 중앙동 비욘드 가라지에서 강연 행사를 가졌다. 전문 사회자 박현욱 씨, 조현우 강사, 노정하 강사, 임지영 강사(왼쪽부터)가 강연을 마친 후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딸깍 제공

청년들이 말한다. '참 힘들어. 꿈꿀 겨를이 없으니까…' "직장인들은 그나마 휴일이 시작되는 금요일이면 조금은 행복해지지만, 아직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청년들은 행복하지 않잖아요." 강연기획 단체 '딸깍'의 소준표(27) 대표가 말했다.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따져 보면 뚜렷한 직업도 없는 저도 그렇죠. 하지만 아니랍니다. 다들 마음의 열정을 꺼두었기에 그렇죠." 소 대표가 말을 이었다. "마음속의 열정을 밝히는 전구 스위치를 올려야죠. '딸깍!'하고 말이죠. 그래서 모임 이름을 그렇게 정했어요."

■보병 장교 출신의 해맑은 청년

소준표 대표 등 5명 주축
강연기획 단체 '딸깍'
자신만의 특별한 삶 사는
보통 청년들 연사로 초청
인생 경험 나누는 공감의 장

9월 30일 첫 강연 이어
지난 4일 두 번째 '딸깍쇼'
일반인들 부담 없이 접근
"유명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다"는 믿음 전파

4일 부산 중구 중앙동 비욘드 가라지에서 '딸깍쇼'가 열렸다.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한 삶을 사는 청년들이 연사로 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사 기획은 딸깍팀이 했다. 기획팀장이기도 하고 사실상 대표이기도 한 소 대표는 "성공해서 정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서 움직이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듣다 보니 소 대표가 그런 청년이다. '육군 보병 장교로 강원도 최전방 양구에서 28개월 복무. 지난해 6월 전역 후 기계의 소모성 부품처럼 여겨지는 기업에선 일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해 한 달간 친구들과 해외 배낭여행. 별로 소득은 없음. 귀국 후 아버지 가게 일 도와주면서 고민 계속. SNS에서 라오스 대리 여행 참가자 모집한다기에 실력도 없으며 촬영팀으로 응모해 당첨. 촬영 여행 다녀옴. 6월 부산문화재단 청년문화기획자 양성과정 참가. 가슴 한구석에 꺼 두었던 열정의 전구를 딸깍 켬.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음.'
딸깍 1회 강연 행사를 진행한 박현욱 씨와 강사 권민창·김지현·김희진 씨(왼쪽부터). 딸깍 제공
소 대표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었다. "사실 정훈장교가 되고 싶었습니다. 오전 시간에 커피 한잔하며 국방일보를 읽는 여유를 누리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그가 택한 병과는 오전의 여유가 아니라 구보와 행군이 부여되는 보병이었다. 보병을 택한 것을 딱 3일 동안만 후회했다고 했다. 70명의 장교가 한 대의 세탁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는 군 생활을 잘 마쳤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많이 배웠죠. 아래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과, 상부에 전달하는 역할이 쉽진 않더라고요. 무게감을 느꼈죠." 전역 후 취업 전선을 두고 약간의 방황을 한 끝에 그는 부산문화재단의 청년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을 거치면서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청춘기획단에서 의기투합

소 대표는 딸깍팀 팀원들을 모두 청년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인 '청춘기획단'에서 만났다. 책도 쓰고 강연도 하는 직장인 조현우(27) 씨는 원래부터 친구. 조 씨는 제법 강연을 많이 다녔지만 그 강연을 준비하는 기획자로 참여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청춘기획단 수업을 하며 소 대표의 제안을 받고 바로 딸깍팀에 합류했다. 
2회 강연 때 참석한 청중들.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연사 교육 담당이었는데요. 마지막 일주일을 남기고 강연 솜씨가 좀 부족한 듯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조 씨는 보통 사람인 강연자와 그 강연을 재미있고 특별하게 들어준 청중들의 반응이 좋아 만족한단다.

소 대표와 동갑내기 권세찬 씨는 이번 행사의 홍보마케팀 담당. 지금 직장에서 교육을 자주 받는데 교육이나 강의가 거의 강연 형태라 관심이 많았단다. 딸깍의 강연회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서 좋단다. 강사의 기준은 자기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도전하고, 남보다 살짝 많이 성과를 낸 이가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나이로는 맏형인 임재희(34) 씨는 국제 NGO에서 일하다 지금은 안식년 기간. 마침 청춘기획단 모집 공고를 보고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딸깍 소 대표의 모임 참여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사실 1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단체도 강연 기회가 많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아서 저와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임 씨는 딸깍의 자산을 바탕으로 향후 국제보호단체와 강연 기획을 자연스럽게 버무려 독특한 작업을 진행할 작정이다.
2회 강연 마친 후 와인파티.
막내 팀원 대학생 강희찬(25) 씨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딸깍이 딱 맞다고 생각해 참여했단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인생도 열정적으로 가꿀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유명하지 않으나 특별하다
 
소 대표에게 굳이 유명하지 않은 사람으로 강연자를 택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혹 강연료 부담 때문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위대하죠. '우와'라는 감탄사 다음에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벽이 있죠. 하지만 보통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일부터 당장 뭘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유명하지 않은 강연자'가 청중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9월 30일 열린 딸깍의 첫 번째 강연회의 주인공은 권민창 작가. '권 중사의 독서혁명'이라는 책의 저자로 현재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비만 탈출을 시작으로 한 인생의 작은 도전들을 특유의 춤과 함께 소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회 강연 시작 전 스태프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
또 다른 강연자 예비 가수 김희진 씨는 소 대표의 중학교 동창. 고교 때부터 노래를 시작한 김 씨는 대학에 가서도 노래를 포기할 수 없어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부산대 앞에서 '빈독'이라는 빈티지 숍을 운영하는 김지현 씨는 1억을 벌겠다는 목표 달성 후 허무함을 느끼고 세계여행을 떠나 현재의 사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80여 명의 청중은 무척 진지했다.

4일 열린 2회 강연회의 주인공은 노정하 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무작정 서울로 떠난 그녀는 마사지사, 네트워크 마케터,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지금은 피부미용사. 의미 없는 길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생이 무계획. 못 먹어도 GO'라는 무대포 인생의 주인공 임지영 씨는 관광고를 졸업하고 대학 관광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실패하자 다른 과로 간 뒤 무한 방황. 7개월간의 노숙 세계여행을 거쳐 지금은 속눈썹·반영구 화장사로 월요병 없이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세 번째 강사인 조현우 작가는 현재에 만족해야 행복하다고 하는 것에 반기를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그 성장의 과정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소 대표는 "강연자와 청중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회를 앞으로도 준비하겠다"며 "좋은 보통 사람을 많이 발굴하고, 그 강연에 어두운 마음의 전구를 켜는 청중이 많아 15분 강연으로 세상을 바뀔 때까지 달려가겠다"고 밝게 웃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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