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함께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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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띄어쓰기를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해야 할까.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2항은 이렇게 돼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간단하지만, 이게 바로 띄어쓰기 원칙이자 정신이기도 하다. 즉, 각 단어를 띄어 쓰면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 뜻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서간이나 한글소설을 읽을 때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바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빽빽한 글자들이다. 굳이 옛날이야기 할 것 없이 요즘 벌어지는 실례를 보자.

①올레 10코스는 화순금 모래해변에서 시작해 산방산,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 하모까지 이어진다.

멀쩡하게 생긴 이 문장은 띄어쓰기 한 번 잘못해서 영 엉터리가 돼 버린 사례다. '화순금 모래해변'이 '화순 금모래 해변'의 잘못이었던 것.

②날이 따뜻해지면 (종종 걸음/종종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문장 역시 띄어쓰기 때문에 뜻이 달라질 수 있는 예. '종종 걸음'이면 가끔 걸음을 멈춘다는 뜻이지만, '종종걸음'으로 붙이면 급하게 걷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나마 이런 띄어쓰기는 조금만 더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구별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힘든 것들이 있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③지진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 십 명이냐?

④지진 때문에 몇십 명이나 죽었다.

여기선 왜 '몇 십/몇십'으로 띄어쓰기가 달라질까. 이유는, '몇'의 품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문문(③)에 쓰인 건 관형사, 평서문(④)에 쓰인 건 수사. 그러니 관형사는 '몇 십'으로 띄어 쓰고, 수사는 '이십, 삼십'과 마찬가지로 '몇십'으로 쓰는 것.

⑤미래를 함께하다.

⑥공부를 함께 하다.

여기선 또 왜 '함께하다/함께 하다'로 띄어쓰기가 달라질까. 국어사전을 봐도 띄어쓰기가 왜 달라지는지 한눈에 알기 어려운 형편인데, '뜻이 통하면 띄어 쓰고, 말이 안 되면 붙여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즉 '우리는 먼 항해를 함께 하는 동료들이다'는 '우리는 함께 먼 항해를 하는 동료들이다'로 써도 어색하지 않으므로 띄어 쓰면 된다. 반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은 뜻을 함께했다'라는 문장은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은 함께 뜻을 했다'로 바꾸면 어색하므로 붙여 써야 하는 것. 그래서 청소는 함께 해야 하고, 기쁨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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