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쓸잡스] 당갈(DANGAL), 편견 이겨낸 인도 '레슬링 자매'…어디까지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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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갈(DANGAL) 스틸 이미지(사진=BIFF 제공)

[언젠가는 쓸모있을 잡다한 스토리들, 언쓸잡스] 

인도 영화 당갈(DANGAL),  편견을 극복하고 '여성 레슬러' 자매 키워낸 아버지 이야기.

월드컵·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질 때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특히 영화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핸드볼, '코리아'의 탁구 등 소위 '비인기 종목'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우리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들며 적당한(?) 애국심까지 더해 관객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스포츠 영화 속 '국뽕' 코드는 비단 그 나라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누구나 공감할 '언더 독' 성공 스토리가 있다면, 서로 '으르렁' 대던 나라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영화가 나온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인도 영화 '당갈(DANGAL)'도 그렇다. 국경지대 마찰로 껄끄러웠던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인도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당갈'의 중국 흥행이 화두로 언급될 정도였다. 

힌디어로 레슬링 시합을 뜻하는 '당갈'은 아마추어 레슬러로서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아버지 '마하비르 싱 포갓'의 실화가 바탕이다. 마하비르가 지역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기타·바비타' 두 딸을 '여성 레슬러'로 성장시킨 내용의 전반부와 코칭 방식을 두고 벌어진 국가대표 감독과의 갈등 속에 맏딸 '기타 포갓'이 세계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따게 되는 내용인 후반부로 이루어졌다.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아버지 '마하비르'로 열연한 '당갈'에 대해 BBC는 "잘 구성된 레슬링 장면으로 대중의 흥미를 끄는 대형 스포츠 오락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캐스팅을 위해 감독은 3,000명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레슬링 장면을 충실히 구현한 영화 속 실제 '국제대회'는 올림픽도 아니고 아시안게임도 아닌,  '커먼웰스 게임(Commonwealth Games)'이다.

한국에서는 '英연방 경기대회'로 알려졌지만, 평소 인도 현대사나 영국 식민지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 매우 생소한 이름이다. 1930년 대영 제국 경기 대회(British Empire Games)라는 이름으로 첫 대회가 열린 뒤, 4년마다 英연방 도시를 돌며 개최된다. 지난 대회는 총 53개의 회원국-70여개의 대표팀에서 4,500명이 참가했고, 내년 4월 호주 골드호스트에서 제21회 대회가 열린다.
 

아버지 '마하비르' 역을 맡은 배우 '아미르 칸'. 영화 당갈(DANGAL) 스틸 이미지(사진=BIFF 제공)
국제대회에 '여자 레슬링'이 정식 도입된 건 1987년 세계선수권, 1996년 아시아선수권, 2002년 아시안게임, 2004년 올림픽, 2010년 커먼웰스 게임 순이다. '당갈'의 실제 주인공 '기타 포갓'은 2010년 인도 델리 '커먼웰스 게임'에서 여자 레슬링 종목을 우승했다. 인도 '여성 레슬러'로서 첫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다. 동생 바비타도 같은 대회 다른 체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인도 전역에 이들 자매의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동생 바비타는 2014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커먼웰스 게임'에 출전해 언니가 우승했던 체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 대회에 함께 출전한 사촌 동생 '비네시'까지 여자 레슬링 최경량급에서 우승했다. 그렇게 '포갓 자매'의 연이은 우승과 헌신적인 아버지 마하비르의 이야기는 발리우드에서 '아미르 칸'의 차기작 '당갈'로 낙점됐다.

물론 기타·바비타 자매가 우승한 '커먼웰스 게임'의 국제적 위상이 높지는 않다. 포갓 자매는 올림픽에서 최정상 일본의 벽을 실감했고, 아시안게임에선 중국, 몽골에도 밀렸다. 하지만 2014년 비네시가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년 아시아선수권 은메달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5월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중국, 몽골 선수를 제치고 또 한번 은메달을 획득했다.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한 기타·바비타·비네시에게 인도 정부는 아르주나 상(Arjuna Award)을 수여했다. 그리고 '포갓 자매'를 길러낸 아빠이자 삼촌, 코치인 '마하비르 싱 포갓'도 매년 가장 우수한 코치에게 주는 '드로나차리아 상'을 2016년에 받았다. 여기에 마하비르의 지도를 받은 또 다른 여동생 프리얀카, 리투, 사그니타까지 성장해 '여성 레슬링' 종목에서 활약을 펼쳐나가고 있다. 

2015년 유엔 통계에서 인도 전체의 같은 연령층 남녀비율이 108대 100이었다. '포갓 자매'의 출신지 '하리야나' 주는 남녀비율 차이가 심한 곳은 128대 100일 정도로 남초 지역이다. 또한 2014년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서 인도의 여성노동참가율은 27%로 세계 평균 50%를 크게 밑돌았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아버지의 엄한 훈련을 버티며 레슬링을 하게 된 사정을 여러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당갈'을 가족애와 '국뽕' 코드만 담아낸 전형적 스포츠 장르물로만 볼 수 없다. 일부는 인도 낙후지역 여성이 차별적 편견에 맞서 사회적 역할을 쟁취한 내용으로 평한다. '가부장적 아버지'의 강권으로 시작해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 성취를 이룬 스토리는 흡사 한국의 박세리를 떠올린다. 박세리 우승을 보고 골프에 입문해 미국 LPGA 최정상권을 지켜온 한국 선수들이 이른바 '세리 키즈'다. 

한편, 2016년 12월 개봉한 영화 '당갈'은 인도 내 흥행 수입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1위 기록도 아미르 칸 주연의 2014년작 '피케이(PK!)'였다. '당갈'은 중국에서도 지난 6월 개봉해 7,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역대 최고로 흥행한 인도영화가 됐다. 최근 한 해외 박스오피스 사이트에 집계된 수치에서는 영화 '당갈'의 월드와이드 흥행 수입이 최근 3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규환 에디터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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