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노무현 대통령이 아구를 닮았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의 선거 연설원 아주머니가 '아귀 닮은 노무현'을 외친 것이다. 아귀는 못 생겼다. 오죽했으면 이름을 아귀라 했을까! 실물을 보면 참 못 생겼고, 먹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날 정도이다. 그런데 부엌에서 주방장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르면 귀신도 놀랄 만큼 맛있는 게 아귀찜이다.
         
아귀찜은 포구도시 여기저기서 원조라고 하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마산이다. 1960년대 초에 처음 아귀찜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귀찜 거리를 조성해 놓고, 5월에 아귀찜 축제를 열고 있다. 아귀는 산란기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금어기라서 잡을 수 없다. 11월부터 2월까지 찬 기운이 감돌 때 잡아 올린 아귀가 가장 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당초에 아귀는 사람들이 먹지 않았다. 구이나 탕을 끓여 먹던 시절 못 생긴 아귀는 재수 없는 물고기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어부들은 그물에 아귀가 걸려 올라오면 곧장 바다에 던져버렸을 정도.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어부가 식당을 하던 할머니한테 아귀를 내밀면서 탕을 끓여달라고 했는데, 할머니가 거부했고, 어부는 못난이 고기를 담장에다 던져 버렸다. 그게 며칠 동안 꼬들꼬들하게 말랐는데 윤기가 흐르는 게 아닌가! 할머니가 손질을 해서 탕을 끓여 주었다. 그게 맛이 그럴 듯하여 이웃 사람들에게 맛을 선보였고, 사람들의 호평 속에 찜도 만들어서 먹기 시작했다.
                
오동동 사람들은 이 전설의 무대가 이곳이라면서 그 근거로 20여 곳이나 모여 있는 아귀요리 전문점과 3대가 하는 집이 서너 집 된다면서 그 역사를 설명한다. 이제 마산뿐만 아니라 여수, 목포, 부산 등 바닷가 도시에 가면 어디든지 아귀요리를 팔고 있다.
         
아귀요리는 도시마다 다르고 집집마다 조금씩 조리법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심지어 생물과 건물을 사용하는 차이가 나기도 한다. 마산 오동동 사람들은 마른아귀를 다시 물에 불려서 조리하고, 여수 사람들은 대부분 생아귀를 사용한다.
              
아귀찜은 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미더덕과 함께 70% 정도 익힌 후, 콩나물을 넣고 더 익힌 다음 미나리를 넣는다. 이어서 들깨가루와 쌀가루, 감자전분, 고춧가루 등을 넣고 잘 버무린다. 아귀는 살이 쫀득쫀득하고 담백하다. 아귀찜은 쫀득한 살을 씹는 맛과 콩나물을 씹을 때 나는 아삭아삭 소리, 향긋한 미더덕과 미나리가 어우러져 제맛을 낸다.
            
비교적 깊은 바다에 사는 아귀는 바다에 사는 종합 영양제라 불릴 정도로 고급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저지방, 고단백이라서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덜하고 소화가 잘 된다. 불포화지방산과 콜라겐 등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아귀가 함유한 비타민A는 어린이의 발육을 돕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피부 미용은 물론 눈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글 사진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